난립하던 ‘함량 미달’의 거래소가 정리되면 투자자 보호 등 투자 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최악의 경우 거래소가 모두 사라지거나 한 두 곳만 남아 독점이 발생하면 그 자체로 문제일 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업도 키우기 어렵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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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사업자 신고 마감 기한(9월 24일)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신고 수리 여부를 떠나 신고서를 접수한 곳은 업비트 뿐이다. 업비트도 지난 20일이 돼서야 거래소 가운데 처음으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서를 제출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현재까지 코인은 대략 증권, 상품 결제 수단, 서비스 이용권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코인의 유통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이런 실물 경제 흐름을 원활히 하는 것인데, 거래소가 다 사라지거나 독점이 발생한다면 실물 경제의 발전을 돕는 블록체인의 장점을 활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 발전포럼 자문위원도 “암호화폐는 초기 프로젝트(코인 발행 주체)의 투자금 모집 수단”이라며 “자금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렵고, 다양한 생태계가 구성되기도 힘들다”고 했다. 건전한 시장 육성이 아닌 암호화폐 시장 자체를 축소시킬 목적으로 거래소 규제가 시행된다면 국내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역시 “수수료 등 소비자 편익이나 경쟁 시장 형성을 위해선 4대 거래소 외 건전한 거래소를 몇 개 더 신고 수리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업계는 가상자산·블록체인 산업에 종사하는 수천 명이 코로나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연착륙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은행들과 사업자 신고의 핵심 요건인 실명 계좌 발급 논의를 해볼 기회조차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한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지난 20일 성명을 내 “(거래소 줄폐업이 현실화하면) 그동안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산업을 이끌어온 수천 명의 전문 인력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게 뻔하다”며 “정부가 나서서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권 내로 포용하고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