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억원·9만명' 역대급 흥행기록 '키아프'…둑 터진 미술투자

오현주 기자I 2021.10.18 00:10:00

''키아프 2021'' 닷새간 일정 마치고 폐막
미술시장 활황에 20주년 최대성과를 내
원로부터 신진작가까지 완판 행진 나서
과하게 판매한 ''VVIP 티켓''은 논란거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 ‘키아프 2021’ 전경. 관람객들이 170여개 부스를 찾아다니며 작품들을 둘러보느라 여념이 없다. 20주년을 맞은 ‘키아프 2021’은 13∼17일 닷새동안 8만 8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아 650억원어치의 미술품을 사들이며 역대 최다 관람객,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첫날 ‘350억원’은 그저 시작일 뿐이었다. 한국국제아트페어 ‘키아프(KIAF) 2021’이 역대급 매출을 쓰고 올해 일정을 마무리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 A·B홀에서 13∼17일 닷새간 열린 미술장터에서 기록한 미술품 판매액은 650억원. 8만 8000여명이 찾아 단숨에 이전 아트페어 최고치(‘아트부산’ 350억원)의 2배에 달하는 미술품을 사들였다. 20주년을 맞은 키아프가 최대 성과를 내는 경사를 맞은 셈이다. 이제껏 키아프가 세운 최고 판매액은 2019년 310억원. 코로나19로 지난해 오프라인 장터는 열지도 못했다.

올해 분위기는 한마디로 ‘난리법석’이었다. ‘완판’을 기록한 작가는 차고 넘쳐 화젯거리도 되지 못할 정도다. 원로작가 김구림(가나아트), 이건용·이강소(갤러리현대), 이우환(표갤러리 등), 박서보·하종현(국제갤러리) 등 수억원대 대형작가의 작품들이 줄줄이 팔려나갔고, 중견작가의 선전도 크게 늘었다. 오세열(학고재갤러리·갤러리조은 등), 김정수(선화랑), 유선태(갤러리가이아) 작가 등을 앞세워 최근 떠오르는 별이 된 우국원·정영주·채지민·정성준·윤상윤·이영지 등도 ‘작품이 없어 못 파는’ 작가군에 이름을 올렸다.

10개국 170여개 갤러리가 크고 작은 부스를 연 자리에선 웃지 못할 풍경도 벌어졌다. VVIP 관람일, 개장에 맞춰 뛰어든 관람객들이 작품 한 점을 두고 ‘내가 먼저 왔다’고 벌인 실랑이는 어느 한두 곳만의 진기한 장면이 아니었다. 찾는 이들이 많은 어느 작가의 작품은 벽에 걸지도 못하고 바닥에 놓인 채 컬렉터를 맞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 ‘키아프 2021’ 셋째 날인 15일 일반관람객들이 표갤러리 부스에 걸린 작가 우국원의 회화작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30호 크기의 ‘지독하게 미운 코로나 바이러스’(Fucking Hate Coronavirus·2021), 20호 크기의 연작 ‘내 엉덩이를 느껴봐’(Feel My Ass·2021) 등은 이미 판매가 완료된 뒤였다. 미술품 투자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올해 ‘키아프’에서 ‘완판’을 기록한 작가는 차고 넘쳐 화젯거리도 되지 못할 정도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논란거리도 없지 않다. 가장 많이 지적을 받은 부분은 ‘VVIP 입장권’. 주최 측 한국화랑협회는 올해 예전엔 없던 ‘VVIP 관람일’이란 걸 만들었다. 일반 공개에 앞서 ‘VIP 관람일’을 두는 건 어느 아트페어에서나 있는 일이지만 ‘VVIP 관람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게다가 100장 한정 판매하겠다던 VVIP 입장권(30만원)을 한 포털사이트에서 2000장(1장당 2인 입장)이나 팔았던 게 드러났다. 덕분에 갤러리들에게 VIP 티켓을 할당해 ‘매우 중요한 사람’들에게 고즈넉한 관람을 제공한다는 취지는 오간 데 없어졌다. 4000명에 달하는 VVIP들은 길게 줄을 늘어서 ‘사진거리’를 만들어준 다음,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한 첫날(15일)보다도 혼잡하게 전시장을 둘러봤다. 부스를 연 갤러리에서도 “이들이 과연 VVIP인가”란 탄식이 튀어나왔다는 후문이다.

350억원 판매가 첫날 이뤄진 것도 사실 이에 따른 여파다. 한 바퀴 둘러보는 대신 이미 ‘찜한 작품’ 혹은 ‘사전예약한 작품’을 거둬가고 통계로 잡았다는 게 맞다. 한 갤러리의 홍보팀장은 “되레 일반 관람객이 다녀간 15∼17일이 키아프의 취지에 맞는 듯하다”고 말했다. 특정 작가를 향해 돌진하는 것보단 미술시장의 트렌드, 작가·작품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는 뜻이다.

‘과열’이란 말은 미술장터를 연 갤러리스트들이 먼저 꺼냈다. 한 갤러리 대표는 “주도하기보다 끌려가는 느낌”이라며 “거품이 언제 빠질지 무섭기도 하고, 이대로 가도 되는지 정확한 답을 못 찾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가까스로 소생한 미술시장을 어떻게 지켜나가는가가 관건”이라며 “여전히 세계시장에선 한참 뒤떨어진 우리 작가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 과제”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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