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의 진화]⑦`전통 조세강자` 율촌, 혁신적 新산업도 노린다

이승현 기자I 2019.05.21 06:11:00

올해 '윤용섭·강석훈·윤희웅' 2기 리더십 출범
내부소통과 특유의 협업정신 강조하며 변화 추구
시장수요 맞춰 신산업IP팀·상속가업승계팀 등 신설
동남아 네트워크 구축…해외대체투자 등 자문 확대

윤용섭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가 20일 서울 강남구 율촌 사무실에서 회사 로고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법무법인 율촌)


[대담=이정훈 사회부장·정리=이승현 기자] 법무법인 율촌은 올 들어 사내에 신산업IP(지식재산권)팀과 상속가업승계팀을 새로 만들었다. 율촌은 영업비밀의 성립 요건 완화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맞물려 최근 들어 영업비밀 침해와 유출 관련 분쟁, 아이디어 탈취, 이와 관련한 전자증거 분석, 직원의 입사 및 퇴사와 관련된 분쟁 관련 자문 수요가 급증한 점에 주목했다. 또 종업원의 권리의식 함양으로 직무발명과 관련해 보상금 청구소송 등 법적분쟁이 늘어나는 것도 한 이유가 됐다. 율촌 측은 앞으로 특허소송 입증책임 전환과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으로 특허 관련 소송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속가업승계팀은 지금까지 기업의 많은 형사사건이 가업승계 과정에서 발행한 데서 착안했다. 이 팀은 기업고객의 자산관리 업무와 상속재산 분할업무와 함께 상속세 관련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신산업IP팀의 경우 기존의 정보통신기술(ICT)팀과 모빌리티팀, 환경에너지팀과 헬스케어팀과 유기적으로 협업할 계획이다. 상속가업승계팀에는 조세와 상속 등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윤용섭(64·사법연수원 10기) 율촌 대표변호사는 새로운 팀의 구성에 설립 초기부터 장려해온 협업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즉시 대응체제를 갖춰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드는 게 우리의 강점”이라며 “율촌은 벌떼다”라고 소개했다.

◇2기 리더십 원년…‘정도와 혁신의 최고 전문가 공동체’

율촌은 22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1세대 리더십인 우창록(66·6기)·윤세리(66·10기) 대표변호사가 물러나고 올해 ‘윤용섭·강석훈(56·19기)·윤희웅(55·21기)’ 집행부 체제로 운영되는 2기 리더십을 맞았다. 윤용섭 변호사가 먼저 2년간 총괄대표를 맡고 이후 1년은 강석훈 변호사가 맡는다.

19년 간의 법관 생활을 마치고 지난 1999년 율촌에 합류한 윤 대표는 20년째인 올해 2월 회사의 대표자리에 올랐다. 그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바꿔야 할 부분은 바꾸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2기 집행부가 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도전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의 확보에 주력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2차원적 법리 자문만으론 존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해결책의 제공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변호사들이 법적 영역을 넘어 산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욱 넓히고 이를 통해 고객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법적 리스크를 포착해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형 로펌에서 소홀해질 수 있는 내부소통 원할화와 특유의 협업정신 실현에도 노력하고 있다. 율촌에는 국내 변호사 약 315명, 외국 변호사 약 60명을 비롯해 전문가 구성원이 400명이 넘는다.

율촌은 지난 4월 8일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변호사 전체 의견을 모아 비전을 세우고 공개하는 토크 콘서트 형식의 선포식 ‘율촌 Vison 2.019’를 열었다. 율촌의 변호사들은 ‘정도를 걸으며 혁신을 지향하는 최고 전문가의 공동체’를 비전으로 선포하고 이를 위한 핵심가치로 정도·혁신·탁월·협업·열정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율촌은 업무처리의 최적임자를 찾아 업무를 배당토록 하고 나아가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업무를 수행하도록 협업 업무의 처리를 각자의 독립적 업무보다 우선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위해 사건을 수임한 구성원에게는 정량적 평가점수를 주지만 협업에 적극 부응한 구성원에게는 그보다 많은 정성적 평가점수를 부여하는 식으로 동인을 제공하고 있다. 또 협업정신 독려를 위해 매해 협업을 통해 훌륭하게 처리된 프로젝트에 대해 협업상을 수여하고 있다.

외부인사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율촌이 본래 외부인사를 많이 영입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조직 보강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고 윤 대표는 설명했다.

율촌은 올해 ‘마지막 중수부장’인 김경수(58·17기) 전 대구고검장을 비롯해 김도형(50·24기) 전 서울남부지법 수석부장판사와 이재근(46·28) 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 김성우(50·31기) 전 서울가벙법원 부장판사 등을 영입했다. 지난해에는 부장검사 출신 이시원(47·28기) 변호사와 이영상(46·29기) 변호사를 영입했다.

인재 영입의 기준은 분명했다. 윤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인품으로 공무원 생활 때 소신이 있고 존경받고 합리적으로 일 처리를 했는가를 본다”며 “두번째는 실력이며 세번째는 보완성, 즉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을 (그 인사가) 채워줄 수 있는가인가”라고 말했다.

◇해외 대체투자·4차산업 등 적극 공략

율촌은 전통적으로 큰 강점이 있는 조세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민사분쟁과 금융형사·공정거래형사·조세형사 등에서 기업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이에 더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율촌은 지난 2007년 이른바 5대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베트남에 해외지사를 설립하며 진출했다. 2017년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진출해 베트남과 미얀마를 잇는 ‘동남아 법률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여기에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에 설치한 지역 사무소를 통해 해외영토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또 해외 부동산과 간접자본시설 등 해외 대체투자업무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미국과 일본, 영국을 넘어 호주와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다양한 국가로 확대되고 있다. 율촌은 생소한 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국내 기관들에 대해 △현지 투자구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한국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투자구조에 대한 정보 제공 △해당 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무 부담 등 조세효과 분석과 이에 자문 등을 제공한다. 실제로 율촌은 호주 신탁구조를 활용한 4건의 호주 부동산에 대한 투자 자문과 함께 5건의 일본 부동산 투자 자문을 수행했다.

해외 부동산 이외에 항공기 포트폴리오 투자와 해외 인프라 자산 지분투자, 선박금융 분야 등에 대한 인력도 확보해 역량을 키우고 있다. 또 국내 대형병원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도와 경제기반 확충에도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내부에 신산업 연구팀을 구성해 관련 정보와 지식을 축적하고 있다. 율촌은 이를 위해 학계와 업계, 규제기관, 입법기관 등을 망라한 조직을 구성해 다양한 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아시아미래 AI포럼’과 ‘모빌리티 포럼’, ‘핀테크 포럼’ 등이 대표적이다. 율촌은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아시아 로펌’(Most Innovative Law Firm)으로 선정됐다.

윤 대표는 “법률시장이 매우 어려운 시절로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인공지능(AI) 발달로 10~20년 후 어떻게 될 지 예측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신산업 분야는 아직은 사례가 적어 빅데이터가 없다”면서 “신산업 분야에 미리 대비해 선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윤용섭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가 20일 서울 강남구 율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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