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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라면 어떨까. 물론 현재 과학기술로는 인류가 블랙홀에 가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초거대질량블랙홀인 우리은하 중심의 ‘궁수자리(Sagittarius)A*’도 지구와 약 2만6000광년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블랙홀에 인류가 도달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무사히 웜홀(Wormhole·블랙홀과 그 반대 성질을 갖는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우주 시공간의 구멍)을 통과해 시공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 지점에서 소위 ‘차등중력’이라는 개념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차등중력이란 천체 중심에서의 거리에 따라 중력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차등중력은 질량을 갖는 모든 천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구에서 조석(潮汐)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달의 인력이 지구에 차등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구의 표면을 밟고 서 있을 때도 지구의 중심에서 가장 가까운 발바닥과 가장 먼 정수리에 작용하는 중력은 다르다. 지구 중심에서 봤을 때 발끝까지의 거리가 머리끝의 거리보다 짧기 때문이다. 다만 지구처럼 작은 질량의 천체 즉 중력이 작은 천체에서는 사람 키 정도의 거리에서는 차등중력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초거대질량 블랙홀은 얘기가 다르다. 블랙홀은 극단적으로 압축된 천체로 매우 작은 공간 내에 엄청난 질량을 포함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중력으로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게 하는 것이 블랙홀이다.
결론은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 사람 뿐만 아니라 커다란 바위 덩어리 나아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물체(극한의 탄성을 가진 물체를 제외하면)라도 원래의 물질이 무엇이었는지 분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산산이 분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