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방송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 중동, 유럽, 중국, 대만, 한반도, 아프리카 등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심층 분석하며, 두려움, 우울함, 불안함, 기쁨 등이 뒤섞여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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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戰 불확실성에 2016년보다 낙관론 약화
트럼프 당선인이 2016년 처음 미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러시아 정치인들은 샴페인을 떠뜨렸다. 트럼프 당선인이 친(親)러시아 인사로 분류됐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러시아가 역사적으로 심각한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클린턴 전 장관이 2011년 러시아에서 벌어진 시위를 조장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트럼프의 당선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끊고 전쟁을 즉각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으나,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는) 트럼프의 (입장은) 완고하지만, 시스템은 더욱 강력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도 지난 2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보다) 더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그가 당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렇더라도 바이든 행정부보다는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달 동안 미국에서 러시아가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해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되레 러시아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제안은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또 누가 먼저 전화를 걸든 트럼프 당선인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푸틴의 연설 직후 “우리는 대화를 가질 것 같다”고 낙관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다음 단계는 1월 (트럼프 취임) 이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불안감과 안도감 상존…이스라엘 홀로 함박웃음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가장 환영하는 국가 중 한 곳이다. 미 대선 전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 국민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역전”이라며 축하하며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다시 끈끈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과의 전쟁, 대(對)이란 군사 대응 등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집권 당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미 대사관을 이전했다. 또한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고, 이란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등 친이스라엘 행보을 지속했다.
CNN은 이스라엘을 제외한 중동의 상당수 국가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을 두려워하면서도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와 지원이 중동 정세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불안함과 함께, 반대로 중동 정세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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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빚었던 유럽, 안보 비용 증가 우려해 화해 제스처
유럽은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이지만, 각국 지도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를 환영하기보다는 경계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1기 당시 유럽연합(EU)이 미국과 다양한 의제에서 충돌하고 무역 갈등도 빚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유럽 지도자들 상당수가 주요 국제 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 분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미국은 탈퇴하겠다고 경고했다. 올해 미 대선 캠페인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끊겠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재집권에 성공하자 EU는 다급해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중단이 현실화하면 EU의 안보 비용 부담이 대폭 커지게 돼서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이 친러시아 행보를 지속하고 있어 나토 내부에선 러시아의 위협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결국 유럽 지도자들은 앞다퉈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와 함께 화해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화해적인 어조로 “독일은 차기 미 정부에 긴밀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제안”이라며 “모든 좋은 파트너십이 그렇 듯 정치적 이견이 있다면 정직하고 집중적인 교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럽은 이제 안보 정책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트럼프와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진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하의 뜻을 건네며 “그의 리더십은 다시 한번 우리 동맹을 더 강하게 유지하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