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많이 사랑했어요”…참사 유가족의 마지막 인사

권혜미 기자I 2025.01.09 09:56:08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179명,
8일 장례 절차 끝…포스트잇 추모 계속
“꿈에라도 찾아와. 기다리고 있을게”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대부분은 발인을 끝으로 영면에 들었지만, 이들에게 닿지 못한 포스트잇 편지는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무안공항 대합실에 붙여진 129장의 편지에서 유족들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사랑해’(84회), ‘편안히 지내’(31회), ‘행복해’(31회), ‘미안해’(22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8일째인 5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터미널 내 계단에 유가족들이 쓴 편지가 붙어 있다.(사진=연합뉴스)
철부지 막내딸은 부모처럼 살아가겠다는 새로운 꿈을 꿨고, 남편은 수십 년 곁을 내줬던 아내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남편을 잃은 아내는 “사는 동안 두 다리로 아등바등 오로지 가족과 일밖에 몰랐는데…당신에게 닥친 시련이 너무나 감당이 안 되네. 얼마나 무섭고 고통이었을까”라며 “인사 없이 가서 많이 서운한데 내가 참아야지. 고생 많았고, 사랑합니다. 많이 사랑했어요”라고 적었다.

28세에 만나 27년 2개월간 함께한 아내를 떠나보낸 남편은 “딸 둘, 아들 하나 잘 키워 시집 장가 보낸 후 죽게 되는 날 꼭 마중 나오시기를 바라네. 그때 저승에서 같이 살게. 사랑해. 꼭 만나자”고 약속했다.

무뚝뚝했던 아들은 “사랑한다”는 그 말 한마디 못 해보고 엄마와 누나를 떠나보낸 것을 생각하며 회한에 잠겼다. 그는 “꿈에라도 찾아와. 기다리고 있을게. 사랑해”라고 적었다.

망고를 사 오라고 부탁했던 막내딸은 “엄마 아빠 망고 안 사 와도 되니까 얼른 와…지금이라도 오면 내가 용서해줄게. 그래! 망고 안 사 와도 반겨줄게! 안돼?”라며 애원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어리광 피울 날 많을 줄 알고 철없는 행동 많이 했는데. 나 평생 철 안 들 거야. 그러니까 엄마 아빠가 따뜻한 햇살로, 시원한 바람으로 내 곁에 오래오래 있어 줘. 나도 엄마 아빠가 가르쳐준 대로 남에게 배려하고 베풀며 살아갈게”라고 약속했다.

자녀를 잃은 엄마는 “우리 예쁜 효녀 딸은 가고 없는데 딸이 매달 어김없이 보내는 용돈 입금 문자가 오네…”라며 “사랑한다는 말도 못 해주고 멀리 떠나보내 미안해”라고 인사했다.

아빠는 “사랑하는 우리 아들, 며느리. 짧은 기간에 참 많은 행복 주어 정말 고맙다. 정말로 사랑했다”는 말과 함께 자식들을 배웅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 편지를 쓰러 오겠다는 딸은 “아빠랑 오빠 걱정은 하지 마. 내가 잘 챙길게. 대신 아빠 꿈에 한 번만 와서 데이트 해줘”라고 엄마를 다독이며 “평생 내 엄마로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수습 당국은 지난 6일 제주항공 참사로 숨진 179명의 시신을 모두 유가족에게 인도했다. 사고 11일 째인 8일에는 광주, 전남, 서울, 경기 등 전국에서 희생자들의 장례가 치러졌다.

당국은 일부 분향소 운영, 방명록과 메시지를 희생자들의 49재가 치러지는 다음 달 초까지 유지·보관할 계획이다. 이후 추모 공간 마련 전까지 유가족과 협의해 영정사진과 위패를 인도하거나 메시지를 따로 보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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