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호 대표 “유틸렉스를 ‘연구개발 잘하는 회사’서 ‘돈도 잘 버는 회사’로 만들겠다”

나은경 기자I 2023.10.25 11:42:39

부임 7개월차 유연호 신임 대표이사 인터뷰
내년 하반기를 성과 드러낼 기준점으로 꼽아
기술이전·바이오솔루션 쌍끌이로 선순환 구축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내년 하반기에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기계공업회사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하는 정도의 혁신을 유틸렉스에서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혁신의 방향은 ‘성과’가 될 것입니다.”

상장 6년차 신약개발 바이오벤처인 유틸렉스(263050)가 성과 위주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대표직을 맡기로 했을 때 창업주인 권병세 공동대표(회장)로부터 “유틸렉스를 성과를 내는 회사로 만들어달라”는 당부를 들었다는 유연호 대표이사(사장)는 “유틸렉스는 연구개발(R&D) 역량이 굉장히 뛰어난 기업이지만 이를 경영성과로 잇는 데는 취약한 부분이 있었다. 이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조직개편부터 시장조사, 매출사업 구축 등 다방면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유틸렉스 유연호 대표이사 (사진=유틸렉스)


지난 20일 서울 금천구 유틸렉스 본사에서 만난 유 대표는 회계·경영 컨설팅펌인 PwC의 파트너로 활동하다 PwC 컨설팅사업부문이 IBM에 매각된 뒤 IBM 미국 본사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진 경영전략 컨설턴트 출신 경영자다. 그에게 컨설팅업계와 IT업계에서 바이오 산업으로 넘어온 계기에 대해 묻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가 ‘챌린지’(도전)”라며 운을 뗐다.

그는 “바이오산업의 역동성이 매력으로 느껴졌고 경쟁의 틈을 비집고 앞서 나갈 수 있다면 유틸렉스가 놓인 도전적인 상황 속에서도 승산이 충분하다고 느꼈다”며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지금 준비 중인 여러 가지가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R&D에만 집중하면 시장 대응 늦다”

이제 회사를 맡은 지 갓 7개월이 된 유 대표가 부임 직후 한 일은 조직을 성과평가 및 동기부여가 쉽도록 재편하는 것이었다. 기능조직을 파이프라인 중심 조직으로 바꿔 예산 배정도 파이프라인별로 이뤄지도록 했다.

유 대표는 “유틸렉스의 주요 파이프라인 4개 개발에 전권을 가진 파이프라인 매니저를 임명해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했다”며 “기존 조직 역시 각자의 분야에서 모두 열심히 했지만 기능, 조직 등이 부분 최적화돼 사일로 효과와 같은 한계도 있었다. 파이프라인 위주 개편은 전체 최적화된 조직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 개편 후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EU103, EU307의 첫 환자 투약 시점이 당초 목표보다 앞당겨지는 등 실제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유 대표는 “지금은 모든 결재 과정에서 파이프라인 매니저의 동의나 합의가 없이 대표이사한테까지 결재가 올라가기 불가능한 구조”라며 “사실상의 전권을 파이프라인 매니저들에게 일임하되, 이들은 파이프라인 개발의 진행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도록 했다”고 했다.

유 대표가 도입한 것 중 눈에 띄는 또 다른 제도는 ‘전략예산’ 개념이다. 사업성이 높은 부분에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하는 식으로 사업의 우선순위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일정 기간마다 사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사노피 CEO는 매일 파이프라인의 개발 상황과 시장 상황을 함께 아울러 보고 어떤 것을 죽이고 어떤 것에 힘을 실어줄지 생각한다고 하더라”라며 “갑자기 경쟁사에서 먼저 유사한 신약을 출시해버렸다면 우리 회사에서 정말 개발이 순항하고 있는 신약이라고 해도 계속 기존의 개발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어리석을 수 있다. 내부적인 개발상황은 물론 시장상황까지 눈여겨 보고 항상 이에 대응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시장분석을 더 효과적으로 경영에 적용하기 위해 지난달 마켓인텔리전스 전문가도 영입했다. 이 전문가는 글로벌 바이오업계는 물론 글로벌 경제상황까지 두루 모니터링하고 이것이 유틸렉스 경영 및 신약개발의 의사결정 변수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보를 가공하는 역할을 한다.

유 대표는 “거시경제나 자본시장 변수, 한국과 미국 경제 상황, 빅파마들의 동향 등을 변수화해서 어느 시점에 기술이전을 하면 가장 유리한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를 일주일 단위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만들었다”며 “사이언스 기업이나 글로벌 대기업에는 반드시 있는 조직으로, 빅파마를 기술이전 상대로 염두에 둔 바이오텍에는 꼭 필요한 조직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유증·CB발행 없이도 관리종목 리스크 해소 충분”

(자료=유틸렉스,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유틸렉스는 올해로 기술특례상장기업에 적용되는 ‘매출액 30억원 미만’ 관리종목 지정요건의 유예기간이 종료돼 내년부터는 매출 30억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유틸렉스의 매출액은 2억원이었고, 올 상반기 누적 매출액도 8500만원에 불과하다.

유 대표는 “비임상시험수탁 사업(CRO) 및 GMP 시설을 통한 매출사업을 총칭해서 내부에선 ‘바이오솔루션’ 사업이라고 부르는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바이오 솔루션 및 전략적 대안을 통해 내년 매출 30억원을 맞출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기존의 대형 비임상 CRO 회사들이 매뉴얼화, 체계화, 조직화 등으로 기존 실험법을 반복재생산한다면 우리는 기존의 노하우를 토대로 하되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러다보니 난이도 높은 실험들에 대해 경쟁력을 갖추게 돼 시장에서도 조금씩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플랜A는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을 통해 매출을 내는 것이지만, 기술이전 시점이 늦춰지더라도 관리종목 리스크가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플랜C, 플랜D까지 대안을 마련했고 다양한 방안으로 재무건전성 확보를 모색하고 있기에 최근 많은 바이오벤처들이 진행하는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같은 자금조달 이슈는 적어도 올해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 한국 바이오 산업은 1980년대 반도체 산업처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산업으로 발전할 조짐이 보인다”고 말하는 유 대표는 “바이오 산업은 아주 다이내믹한 산업이라 한국 사람, 한국 사회와 잘 맞는다. 유틸렉스도 연구역량을 높이고 재무건전성을 높여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반한 바이오벤처로 성장시키겠다”며 인터뷰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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