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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심장마비, 즉 심정지는 왜 발생할까. 우리가 심정지라고 부르는 상태는 기계적으로는 심장이 혈액을 짜내주지 못하여 혈액 순환이 멈춘상태를 뜻하지만, 그 원인이 되는 전기적 상태는 ‘심실무수축’과 ‘심실세동’ 두 가지가 있다. 심실무수축은 심실이 전기적 움직임 조차 없는 상태이고, 심실세동은 전기적으로는 심실의 근육세포들이 계속 자극을 받고 움직이고 있으나, 세포단위에서 제각각 움직이기 때문에 동시적 수축을 해야 수행할 수 있는 물리적인 펌프기능을 상실한 상태이다. 이중 심실무수축은 심각한 약물중독이나 전해질 이상 이외의 경우에는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심장돌연사의 원인이 되는 심정지는 ‘심실세동’에 의한 것이다.
심장돌연사의 가장 흔한 원인은 심근경색증이다.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심장근육이 일부 괴사가 일어나는데, 괴사가 일어난 부위의 심장세포는 전기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이 부위에서 심실세동이 유발될 수 있다. 그 외에도 선천적인 이유로 심장세포에 전기적 불안정이 있는 경우나 심부전이 심한 경우에도 갑작스런 심실세동이 발생할 수 있다. 정상맥박이 심실세동으로 이행하는데는 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심실세동이 된 이후에 의식을 잃는데는 10초가 걸리지 않고 그 상태로 방치되면 뇌손상이 시작되는데 4분, 비가역적 죽음에 이르는데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심실세동에 의한 심정지를 겪는 당사자는 그 상황에서 어떤 대처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심정지는 불가역적인 상태가 아니다. 누군가 심실세동이 정상맥이 되도록 제세동 치료를 해 주거나, 펌프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장을 대신해서 심장 압박을 해 주면서 심장의 전기적 상태가 회복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면, 심장이 다시 정상기능을 할 수 있다. 언제 일어날 지 모르는 심정지때 때마침 의료진이 옆에 있길 기대하기 어렵다. 마침 옆에 있던 누군가가 뇌손상이 시작되기 전, 4분이내에 그런 조치를 해 준다면, 귀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옆에 누군가 있을 확률은 45%이고, 옆에 사람이 있는 경우에 그 중 한사람이 심폐소생술을 해 주는 경우는 30%정도이다. 이렇게 심정지를 목격한 주변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해 주는 것을 bystander CPR이라고 하는데, 이 비율은 적극적인 심폐소생술 교육 덕분에 2006년에 비해서 2016년에 열배이상 상승했지만, 여전히 10명중 7명은 주변에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