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27일자 25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문명에서 벗어난 자유인 로빈슨 크루소를 향한 동경. 이젠 배가 난파하지 않아도 2억원만 있으면 누구나 무인도의 주인이 될 수 있다.
2008년 국토해양부가 조사한 전국의 무인도 수는 2876개. 부동산경매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전국 지방법원(26일 기준)에 이중 1개가 경매물건으로 등록돼 있다.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위치한 이 이름 없는 섬은 다음달15일 인천지방법원에서 경매될 예정이다. 지난 3월 처음 경매에 나왔으나 2회 유찰되며 현재 최저가는 2억원이다.
섬은 경사가 완만한 2만430㎡면적의 임야다. 사람이 살지 않으며, 정박시설이 없어 해안에 배를 대는 일도 불가능하다. 사람을 찾자면 소형선박을 타고 20~30분을 달려 인근 영흥도까지 가야한다.
▲ 5월15일 최저가 2억원에 경매되는 인천시 옹진군의 무인도 전경 (사진제공=정일감정평가법인) |
지지옥션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97년 이래 이같은 개인소유의 무인도 78개가 경매에 나왔다. 이중 36개가 낙찰되며 섬 주인이 바뀌었다.
매물 가운데 역대 최고감정가를 기록한 것은 인천 옹진군의 ‘상공경도’다. 면적 20만5983㎡의 이 섬의 감정가격은 21억원에 달했다.
최고낙찰가는 전남 진도군의 ‘작도도’가 찍었다. 이 섬은 진도군에서 야생화 단지를 조성해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려 했던 점이 감안돼 17억원에 낙찰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무인도의 가치를 감정하는 기준이 내륙과 다르진 않다. 사람이 거주하는 인근지역 공시지가를 참고하고, 입지와 개발가능성 등 일반적인 여건을 고려한다. 다만 감정평가의 기준이 되는 도로나 접근성, 거주여건 등이 뒤떨어져, 보통 주변 실거래가보다 가격이 낮다는 설명이다.
한국감정원의 한 감정평가사는 “무인도 가격은 일반적으로 비탄력적”이라며 “원체 찾는 수요가 적기 때문에 경기 변동 등 외부요인에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순수사유지로 등록돼 거래가 가능한 무인도는 모두 1270개(2008년 기준)다. 하지만 저렴한 금액으로 나만의 섬을 매입했을 지라도 로빈슨 크루소 같은 자유를 누리는 일이 쉽진 않다. 무인도 구매자는 까다로운 법적 규제와 생활상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남승표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같은 무인도일지라도 법이 규정하고 있는 유형에 따라 개발여건 등이 각기 다르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섬에 식수가 존재하는지는 반드시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