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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병영 내 사용되는 비속어, 은어 등을 순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필요한 은어 사용으로 원활한 소통을 가로막고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대물림된 군대 용어들을 한 순간에 바꾸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신병=짬찌·신삥 ‘입에서 입으로’
요즘 병사들 사이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말 중 하나는 ‘짬찌’다. 짬찌는 ‘짬밥’과 ‘찌끄레기’(찌꺼기의 경상도 사투리)의 합성어를 축약해 표현한 단어다. 짬밥은 먹고 남은 음식을 뜻하는 ‘잔반’이 변형된 단어지만 군대 식사, 군 복무 기간, 노하우를 뜻하기도 한다. 선임병이 먹다 남긴 잔반의 양이 후임병이 먹은 식사량 보다 많다는 의미에서 선임병들은 후임병을 짬밥 찌끄레기라고 부르게 됐다는 설이 있다.
신병, 새것을 뜻하는 단어 중에는 신삥, 아쎄이가 있다. 신삥(しんぴん)은 신품(新品)의 일본식 발음이다. 새로 들어온 병사를 물건에 빗대 말한 구시대 병영의 산물이다. 아쎄이도 오래된 병영 언어로 추정된다. 아쎄이는 조립을 뜻하는 ‘assembly’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한데, 예전 한국군이 미군으로부터 공여 부품을 받을 때 포장지에 ASSY(조립 부품)라고 적힌 것을 보고 새것이라고 오인했다는 것이다.
군에서 사용되는 용어 중 ‘깔깔이’는 이제 외부에서도 널리 쓰이는 단어가 됐다. 방한복 상의 내피로 장병들의 체온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동계의류다. 보급품의 질이 떨어졌던 과거 병사들이 옷감의 표면이 까끌까끌하다는 의미로 ‘깔깔이’라고 불렀던 게 어원이다. 원칙은 내피이지만 선임병이 될수록 겉옷으로 입는 경우가 많다는 게 특징이다. 군대 문화를 소개하는 예능프로가 인기를 끌면서 패션 아이템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군이 순화를 추진 중인 표현은 나라시(ならし·땅을 편평하게 하는 작업) 시마이(仕舞い·끝마침) 단도리(だんどり·일을 해 가는 순서나 절차) 총기 수입(手入·손 안으로 들여와 손질함) 등 일제 잔재 용어, 쩔다(대단하다) 쉴드치다(감싸 보호하다)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병맛(형편없고 어이없음) 포텐터지다(잠재력이 크게 드러나다) 등 신세대 은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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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군내 용어들은 언어폭력과는 긴밀한 관계가 없다. 하지만 군 당국은 언어폭력 근절 대책과 함께 언어와 유사 일본어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후임병을 새 물건으로 비하하는 등의 언어가 상호존중의 군 문화 조성과 의사소통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간의 습관적 언어나 문법은 세상을 보는 방법이나 행위에 영향을 준다”고 말한 20세기초 미국의 언어학자 벤저민 리 워프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군은 2000년대 초부터 언어폭력 근절에 나섰다. 욕설 외에 잘못된 표현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2009년부터 꾸준히 실시되고 있다. 관계기관이 합동해 ‘군 용어 순화 추진단’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정비에 나서기도 했으며 군대에서만 통하는 용어를 순화하기 위해 국방TV 홍보와 부대 자체순화 교육을 권장해 군 용어 뿌리뽑기를 시행했다.
올해 9월에는 ‘병영언어 순화 지침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일본식 표현과 무분별한 외래어, 군대 특유의 은어 등 병영 내 잘못된 표현들을 순화한 단어를 사전 형식으로 수록하겠다는 게 군 당국의 방침이다. 병영 내 언어폭력의 개념을 정립해 예하부대가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으로 군은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국방부는 병영 내 폭력적 언어 사용에 대한 신상필벌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휘관이나 병영생활전문상담관 면담, 신고함 설치, 주기적인 설문으로 언어폭력 점검을 수시로 진행하고 언어폭력 행위자를 처벌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실시한다. 언어 문화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은 장병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병영 내에서는 군만의 특수한 언어와 사회에서 유입된 부적절한 언어가 결합돼 저급한 병영 언어문화가 형성돼 있다”며 “장병 주도의 언어문화 개선 활성화를 통해 언어폭력이 근절되고 건전한 말이 오가는 병영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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