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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 명성에 오점 남긴 품질경영..삼성 `대기업病` 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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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I 2016.10.12 06:00:00

삼성전자, 제품결함으로 자신감↓
제왕적 리더십 지속 신속 대응 못해
경영자·조직원 `품질우선주의` 시급

[이데일리 김혜미 임성영 기자] “기업 규모가 커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해지고, 결과적으로 품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좋게 이야기하면 성장통이지만 한 번이 여러 번이 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철저한 관리에 나서야 한다.”

삼성전자(005930)현대자동차(005380)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 두 곳이 한꺼번에 ‘품질 관리 미흡’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삼성전자는 오랜 적수였던 애플을 완벽히 누를 수 있는 제품으로 손꼽혔던 야심작 갤럭시 노트7이, 현대자동차는 대표모델인 YF소나타가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오랫동안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온 대표 기업 두 곳이 품질 관리를 잘못해 위기에 맞닥뜨리자 기업 안팎으로 충격이 적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품질 문제가 결국 ‘조직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조직의 성숙도는 이를 따라오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의 특징인 오너 위주의 경영방식, 이른바 ‘제왕적 리더십’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위기를 불러온 원인으로 지목됐다.

삼성, 갤 노트7 사태 제품 관련해서는 전무후무한 일

삼성은 그동안 삼성중공업의 태안 기름유출 사건과 삼성서울병원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대응 미비 등 수차례 위기를 맞아왔지만, 제품과 관련한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제품과 관련한 위기는 사상 처음”이라며 “그동안 금융이나 화학, 시스템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는 못한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아왔지만, 제조에서만큼은 세계 1위라는 자부심을 가졌었는데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갤럭시 노트7의 발화 문제는 그동안 배터리 자체 문제로 치부돼왔다. 그러나 지난 8월19일 글로벌 공식 출시 이후 약 열흘간 폭발 사례가 줄줄이 터져나왔고, 9월2일 공식 기자회견을 거쳐 전량 리콜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삼성SDI(006400)와 중국 ATL 등 두 곳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해왔는데, 리콜 이후 ATL에서만 배터리를 공급받아온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신제품 교환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국내에서 첫 폭발사고가 발생했고, 이튿날 미국에서도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배터리 결함 만은 아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ATL 배터리도 폭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 측도 당황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갤럭시 노트7은 홍채인식 등 첨단 기능을 탑재하고 배터리 용량을 높이면서도 두께는 이전보다 얇은 제품이다. 일단 여기서 과열 가능성이 있고 방수 기능이 내부 온도와 압력을 더 높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대표모델 YF 소나타 의 추락..신뢰 ‘위기’

현대차는 최근 미국에서 소송 중이던 세타Ⅱ 엔진을 장착한 YF소나타(2013~2014년 제작)에 대한 수리비용 전액과 집단소송 비용을 보상하기로 했다. 지난해 2011년~2012년까지 생산된 YF소나타 47만대에 대한 리콜에 이은 조치로, 세타Ⅱ 엔진 결함에 따른 보상대상 차량은 총 88만5000대로 늘었다. 세타Ⅱ 엔진은 주행 중 엔진 작동이 멈추거나 심한 소음과 진동 현상을 발생시켰는데, 부품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타Ⅱ 엔진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제작 결함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같은 연식의 차에 대해 미국에서는 리콜과 수리비용 전액 배상을 합의해놓고 국내에서는 리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토교통부는 현대차가 작년 6월 생산한 싼타페 2360대와 관련해 조수석 에어백이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결함을 발견하고도 적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대표이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이미 결함을 파악하고 차량에 대부분 필요한 조치를 했다”며 “실무자가 행정 착오로 당국에 신고를 빠뜨렸을 뿐 은폐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일단 정부 조사와 검찰 수사가 시작된 만큼 결론이 나기 전까지 품질논란에 따른 이미지 실추가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설사 검찰의 수사 결과가 현대차에 유리하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떨어진 품질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조직의 문제..대기업병 고치려면 조직 개편 단행해야”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 손실은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두 기업의 문제는 ‘대기업병’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 복잡성이 증가하는데 조직이 뒷받침을 해주지 못하고, 거기서 문제들이 발생한다. 도요타 자동차의 대규모 리콜 당시를 돌아봐도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내부 조직의 문제로 판가름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쉬운 개선방안은 조직 개편이다. 조직 내부의 기업 문화를 바꿔야 하고, 경영자 뿐 아니라 조직원들의 마인드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경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기술력을 갖춘 제조업체들이 품질에 대한 문제에 부딪힌 이유는 결국 제왕적 리더십 때문”이라면서 “오너 일가가 세습해가며 기업을 경영하는 데 반해 임원들은 1년마다 실적을 평가받고, 그러다 보니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무조건 압박을 가할 수 밖에 없다. 결국은 낡은 오너 위주의 경영방식이 문제를 불러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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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노트7 글로벌 판매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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