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전시회 주최업체인 메쎄 뒤셀도르프(Messe Dusseldorf)와 쾰른 메쎄(Koelnmesse)의 한국 대표부인 라인 메쎄(주)(대표 박정미) 얘기다. 지난해 메쎄 뒤셀도르프는 매출을 3억1500만 유로(한화 4350억 원), 쾰른 메쎄는 2억8000만 유로(한화 3866억 원)를 거뒀다. 두 회사는 전시회로 유명한 독일을 대표하는 전시회 주최업체다.
“직원은 우리 회사 보물 1호다. 직원을 믿지 않고 사업을 한다는 것은 회사나 직원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카드사용 한도를 정하지 않고 모든 구성원들에게 법인카드를 지급하는 것은 직원 스스로 지출까지 결정할 수 있게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박정미 라인 메쎄㈜ 대표는 ‘믿음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인이다. 박 대표는 “법인카드를 전 직원에게 지급해 업무와 연관된 일에 한도 없이 마음껏 쓰게 하고 있지만, 아직껏 사용 용도가 의심스러워 적발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며 “회사가 직원들을 먼저 믿으면 직원들은 회사의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회사가 직원들을 의심하고 경계하기 시작하면 직원들의 자존감과 애사심은 땅바닥에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박 대표의 확신이다. 라인 메쎄에선 보통 회사마다 법인카드를 사용한 후 요구하는 결재서류도 별도로 작성할 필요가 없다. 카드사에서 날라오는 대금청구서를 나중에 회사에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올해로 설립 10년째를 맞은 라인 메쎄는 직원이 7명 뿐이지만 어엿한 다국적 기업이다. 독일 현지법인에 직원 2명, 서울 본사에 5명이 근무하고 있다. 메쎄 뒤셀도르프와 쾰른 메쎄가 주최하는 전시회에 참가하는 국내업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현장 지원, 부스 제작은 물론 숙박지 여행 정보 등 전시회 참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메쎄 뒤셀도르프와 쾰른 메쎄가 주최하는 모든 전시회에 대해 국내에서는 독점적으로 사업을 대행하다 보니 경쟁업체가 아예 없다. 설립 이후 굴곡 없이 연평균 매출이 15%씩 늘어날 정도로 사업이 탄탄하다. 지난해 매출 30억 원을 넘겼다. 메쎄 뒤셀도르프 등이 매년 약 50회 가량 개최하는 전시회가 이 회사의 주요 수입원이다.
박 대표의 ‘무제한’ 사랑은 법인카드 사용한도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직원들이 자기계발을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회사지원에도 한도가 없다. 회사가 지원하는 자기계발 분야도 무제한이다.
헬스, 골프, 스노보드, 외국어, 스피치 세미나, 상담 등 직원들의 업무능력 향상과 건강 증진, 스트레스 해소 등을 위해 필요한 분야라면 모두가 지원 대상이다. 그러다 보니 직원마다 회사로부터 받는 자기 개발비가 천차만별이다. 자기계발에 적극적인 직원들은 많게는 한달에 1백만원 가까이 지원받기도 한다.
박 대표는 “자기 개발비 지원은 직원들의 능력 향상을 위해 가장 중요한 투자”라며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직원들은 그렇지 않은 직원들보다 실제로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어느 기업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데도 각별하다. 매년 회사에서 올리는 순이익의 10%를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내놓는다. 박 대표는 “회사 순이익의 10% 기부는 회사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어서 직원들과 상의해 동의를 얻은 다음 결정했다”며 “직원들도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고 소개했다.
특히 매년 동방사회복지회에 미혼양육모들을 위한 상담실 운영을 위해 기부금을 내놓는다. 이 회사의 지원으로 동방사회복지회는 미혼양육모들의 상담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미혼양육모들의 요청에 따라 아이들의 놀이치료도 병행중이다.
여기에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생활보호 대상자 자녀 50명에게 학교에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식비를 매년 기부하고 있다. 생활보호대상자의 고등학생 자녀는 점심식사는 지원받지만 저녁은 정부로부터 제공받지 못해 야간자율학습을 할 때 굶는 경우가 많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 박 대표가 중시하는 경영철학은.
△한마디로 소통이다. 직원과 경영진 간 소통이 잘되면 나머지는 저절로 굴러가게 된다. 주력 사업인 전시회의 요체도 사람들 간 소통이다. IT가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 기업들은 전시회를 찾는다. 사람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라인메쎄만의 기업문화가 있다면.
△라인메쎄에서는 일년내내 회의가 열리지 않는다. 결재라인도 없다. 지시하는 사람도 없다. 보고서도 없다. 심지어 해외 출장을 갔다 와도 출장보고서나 리포트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 직원 각자가 전권을 쥐고 스스로 자신의 업무를 알아서 수행하는 문화다. 직원 한사람 한사람이 소사장이다. 직원들을 믿기 때문에 모든 일을 직원 각자에게 위임한다.
-직원들이 겨울을 가장 기다린다는데.
△겨울에는 12월부터 2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모든 직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에 스노보드를 타러 간다. 물론 모든 경비는 회사에서 지원한다. 매년 다니다 보니 이제 대부분 직원들의 스노보드 실력은 수준급이다. 스노보드를 제대로 타지 못하는 일부 신입 직원들은 회사에서 지원하는 비용으로 스노보드 강습을 받는다. 라인메쎄에 가족적인 회사문화를 자리 잡게 한 일등공신이 스노보드다.
-워크숍 문화도 독특하다는데.
△매년 워크숍을 국내와 해외에서 번갈아가며 한번 씩 개최한다.본사와 독일법인 직원이 모두 모여 함께 숙식을 하며 정보를 교환하고 즐거운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해외나 국내 모두 워크숍 장소를 선정할 때는 직원들의 투표로 결정한다. 워크샵 날짜를 기다리며 함께 어떻게 즐거운 시간을 만들지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얼마나 값지고 재미있는지는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다 안다.
라인메쎄에서 10년을 장기 근무하면 회사로부터 근속 축하금으로 1000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이 축하금 대신 한달 간의 유급휴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직원들에게 기본 의료보험외에 추가로 질병 및 실비보험을 들어주는 파격적인 복지 혜택도 주고 있다. 회사는 직원 1명당 평균 2개 이상의 보험을 들어주고 있다. 이들 추가되는 보험에 직원당 월 10만 원 가량을 회사에서 지원한다.
“직원들이 대를 이어 일하고 싶어하는 가족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
대를 이어 가업을 승계받듯이 직장도 대대손손 다닐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지론이다. 박 대표는 대를 잇는 직장의 강점에 대해 “회사로서는 맞춤형 인재를 조기에 발굴할 수 있고, 직원도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안정적인 직장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