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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것은 시간의 흔적이다. 호흡의 단면이다. 성장을 완결했다는 상징의 기록이며, 순환을 멈춰도 된다는 휴식의 신호다.
작가 정보영(40)이 그간 주로 해온 작업은 조각이다. 갖가지 나무에서 벗겨 낸 수많은 나무껍질을 인위적인 어떤 형태에 결합, 자연 본연의 모습처럼 다시 환원시키는 일이었다. 그 일을 이번에는 붓으로 했다. 한지에 한 점을 찍고 그 주위를 공전하듯 한 줄씩 그려내는 거다. 붓자국이 채 마르기 전 다른 붓자국을 겹쳐내는 되풀이 과정. 두 작업의 공통점이라면 ‘똑같은 행위를 미친 듯 반복해 얻어낸 결과’란 거다.
수묵화 ‘생성’(Becoming·2018)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작가의 내면을 나무의 내면에 비춰냈다고 할까. 어느 나무가 품은 나이테가 이만큼의 수행으로 만들어질까 싶다. 진한 나무 향까지 베어나오니.
8월 18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갤러리엠서 여는 개인전 ‘조우’에서 볼 수 있다. 뽕나무한지에 먹(나무패널). 140×140㎝. 작가 소장. 갤러리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