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경영권 지켜..KCGI·국민연금 결국 패배(종합)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석태수 대표가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대한항공 사내이사 직에서 물러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칼의 경영권을 지켰다. 조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대표이사가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경영권을 방어했다.

한진칼의 2대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반대표를 던졌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국민연금이 제안한 ‘이사자격 강화’ 정관변경안 역시 부결됐다.

한진칼은 2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사에서 실시한 제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석태수 대표이사 사내이사 재선임을 포함한 8개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가장 눈길을 모은 것은 조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석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였다. 석 대표는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2008∼2013년 한진 대표이사, 2013∼2017년 한진해운 사장을 지내는 등 그룹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표결 결과 찬성은 65.46% 반대는 34.54%로 나타나며 무난하게 통과했다.

다만 KCGI는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주총에 참석한 신민석 KCGI 부대표는 “한진해운을 인수했을 때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2016년 사내이사로 재직할 때 한진해운에 700억원을 지원하며 이익을 훼손했다”는 이유를 들어 석 대표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했다.

앞서 KCGI는 재무상황에도 적극 문제를 제기하며 눈길을 끌었다. 신 부대표는 “별차 대차대조표를 보시면 작년 연말 1600억원 단기 차입금을 일으키고 예금이 1000억원 늘었다”며 “4%대로 1000억원 대를 대출받아 1%대 예금 넣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자산 총액이 2조원이 넘었는데 이사진에서 배임 이슈 가능할거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성환 재무담당 전무는 “선제적으로 자금을 도달할 수 밖에 없었다”며 “작년 말 700억원 상환이 돌아오고, 2월 초 단기 차입금 만기가 돌아오는 등 올해 차입 환경이 급격 악화될 것으로 조사됐다.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부로 이해해달라”고 답변했다.

국민연금이 주주제안한 정관 변경안도 찬성 48.66%, 반대 49.29%, 기권 2.04%로 부결됐다. 정관 변경안은 특별의결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앞서 국민연금은‘회사·자회사와 관련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이사는 이사직을 즉시 상실한다’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건이 통과하면 270억원 규모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조 회장의 거취 여부와 직결될 수 있어 통과여부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결과적으로 KCGI·국민연금은 주총 표대결에서 완패했다. 현재 한진칼 지분구조는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이 28.93%, 2대 주주 KCGI 10.71%, 3대 주주 국민연금 7.34% 순이다. 정관변경을 위해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가운데 조 회장 일가의 보유 지분으로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신규 사외이사 선임도 원안대로 통과했다.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주인기 국제회계사연맹 회장·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주순식 법무법인 율촌 고문 등을 사외이사로 새롭게 선임했다. 이사보수한도와 감사보수한도는 각각 50억원, 4000만원으로 승인됐으며, 배당은 보통주 1주당 300원, 우선주 325원을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