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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車3사, 노조 발목잡기에 생존 벼랑 끝 몰려

이승현 기자I 2021.02.02 17:08:41

'8년만에 적자' 르노삼성 노조, 파업 찬반투표 진행
한국지엠, 7년 연속 적자 탈출 앞두고 파업으로 좌절
내수 시장점유율 2016년 24.7%→2020년 16.6% 하락

카허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 1월 27일 제12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 개최에서 국내 자동차 경쟁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제공)


[이데일리 이승현 송승현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지엠 등 외국계 완성차기업들이 노조 이슈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7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놓쳤고, 8년만에 적자로 돌아선 르노삼성은 노조의 파업 압박을 받고 있다. 노조에 발목잡힌 외국계 완성차기업들은 국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이 투표가 가결되면 노조는 당장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르노삼성 노조는 단체행동권을 활용해 회사를 압박한 뒤 여의치 않으면 XM3의 유럽 수출이 본격화되는 설 이후 파업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2012년 이후 8년만에 약 700억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됨에 따라 임원 수를 40% 줄이고 정규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서바이벌 플랜’을 시행하고 있다. 올 1월 판매실적이 6152대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완성차 업체 중 르노삼성이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사측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지엠도 지난해 말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노조의 15일간 부분파업으로 인해 8만5000대의 생산손실을 입으면서 흑자전환을 눈앞에 두고 또 다시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상반기까지 코로나19로 어려웠지만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10월까진 흑자 가능성이 높았지만 연말 부분파업으로 인한 타격을 회복하지 못해 적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계 자동차 3사 국내시장 점유율 (이미지=이동훈 기자)


노조 이슈에 휘말린 외국계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약화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외국계 3사(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의 내수 시장점유율은 2016년 24.7%에서 지난해 16.6%로 5년간 8.1%포인트 줄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외국계 3사가 경쟁력을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글로벌 본사들이 노사 문제로 인해 한국에 투자를 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달 28일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밝힌 것처럼, 지속되는 갈등적 노사 관계와 단기 싸이클의 노사 협상, 투자를 저해하는 불확실한 노동 정책 등을 풀지 않고서는 경쟁력 확보도, 투자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전기차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노사갈등이 계속 발목을 잡으면 도태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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