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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재판부, '이재용 수동적 뇌물공여 판단'…잘못 저지르는 것"

박경훈 기자I 2020.11.23 18:44:03

23일, 이재용 '국정농단 공모' 파기환송심 6차 공판
특검 "총수 적용 '3·5법칙', 특권층 인정하는 것"
특검·재판부, 이날도 신경전 펼쳐
이재용 측 "朴이 강하게 JY 질책하며 후원 시작된 것"

[이데일리 박경훈 배진솔 기자] “이 부회장에게 ‘3·5법칙’(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적용하는 것은 특권층을 인정함으로써 헌법상 국민주권침해·헌법가치·평등원리를 형해화하는 중대한 위헌·위법적 결정이 될 것입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국정농단 공모’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에서 특검은 과거 재벌 총수에게 적용했던 3·5법칙을 이 부회장에게 적용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역시 특검과 재판부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23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5명의 파기환송심 6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정식 공판절차로 이 부회장은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특검 “재개서열 1위·대통령, 대등 지위”

특검은 SK그룹 오너가 지난 2013년 실형을 선고받은 것을 빗대 더 이상의 특권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백신 부장검사는 “시대 변화에 따라 경제적 권력이 (정치권력보다) 우월적이거나 최소한 대등한 지위를 갖게 됐다”면서 “정부가 사안에 따라서는 오히려 자신에게 청탁을 해야 하는 상대로 인식하고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재벌 그룹 오너는 어떨지 몰라도 재계서열 1위인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는 어느 일방의 강요에 의해 어떤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윈윈’(Win-Win)의 대등 지위에 있었음이 명백히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공판 때마다 부딪히던 특검과 재판부는 이날 역시 신경전을 펼쳤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일부 뇌물액수를 유죄로 보고 파기환송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실효성 여부를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특검은 줄곧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강 부장검사는 “본 사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적극적인 뇌물공여로 명시적으로 판시했다”면서 “다른 재벌그룹과 같이 수동적 뇌물공여로 판단하거나 이같은 전제로 양형심리를 하는 것은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특검에 파견된 이복현 부장검사 역시 “재판부가 아쉽게도 대통령 요구에 따른 뇌물공여라는, 오해할 수 있는 취지로 여러 번 말했는데 이 것은 요구에 의한 뇌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재판부 “수동적 뇌물 공여라는 말 한 적 없어”

그러자 정준영 재판장은 “오해가 있는데 대통령 요구에 의한 수동적 뇌물 공여라는 말을 재판부가 한 적은 없다”면서 “재판부가 (실제) 한 이야기만 해달라. 마치 재판부가 그렇게 정의했다는 취지로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통령이 요구한 건 정확하지 않느냐. 형식 외관은 기업이 스포츠 업계 후원한 게 맞지 않느냐”며 “재판부는 사실만 얘기하고 평가한 적이 없다. 재판부가 한 말을 자꾸 정의하고 문자화시키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부장검사는 “유념하겠다”고 한발 물러서면서도 “특검은 이 사건이 요구형 뇌물은 맞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처럼 적극적 뇌물 공여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것이) 양형 관련 항소 이유”라고 맞받아쳤다.

이 부회장 측은 이날도 최서원(최순실)에게 제공한 승마지원, 영재센터 후원 등은 수동적 뇌물공여였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강하게 질책하며 (후원이) 시작된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피고인들은 승마지원을 위한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양복과 회색 넥타이·검은 코트를 입고 다소 굳은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심경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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