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평일 오전부터 놀이공원을 방불케 하는 행렬이 늘어섰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의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와 게임 ‘동물의 숲’을 구매하기 위한 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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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동물의 숲’ 응모 행사는 오전 10시 30분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전 9시부터 모여든 인파로 오픈 전에 이미 300여명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라’는 구청 요구에 테크노마트 측은 예정시간보다 30분 일찍 응모를 시작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 30대 직장인 여성 2명은 “어제 오려다가 못 와서 회사가 쉬는 오늘 응모를 하러 왔다”고 했다. 추첨을 시작한 지 1시간여 만에 도착한 이들은 700번대 중반 번호를 받았다. 준비된 추첨권은 1500장이었다.
애초 ‘동물의 숲’ 추첨권 행사는 전날인 22일 진행됐지만 20분만에 강제 종료됐다. “코로나19가 한창인데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는 민원이 폭주한 탓이다. 구청에 따르면 행사가 진행된 신도림 테크노마트 측은 건물을 관리하는 사업단에 이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고, 추첨권을 받기 위해 갑자기 많은 인원이 모여들자 관리단은 행사가 시작한 지 20분여만에 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민원은 구청에도 접수됐다. 구청 관계자는 “민간 행사를 강제로 해산시킬 방법이 없어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방역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할 것을 테크노마트 측에 전달했다”고 했다. 구청 지침을 받아들여 다음날 재개된 행사는 3시간여 만에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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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숲 대란’에 대해 일각에선 비판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 연장된 가운데 감염 우려가 있지 않냐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닌텐도 스위치와 동물의 숲을 구매하려고 수천명이 줄을 서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온라인 추첨도 도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닌텐도 물량을 확보할 때 수요 예측을 하는데 이번 ‘동물의 숲’ 경우는 기대치를 뛰어넘었다”며 “연령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게임이기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 기업인 닌텐도의 인기에 “불매운동은 끝난 거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수출 금지 조치 이후 일본 여행이나 일본 제품을 불매하는 운동이 거세게 일었지만, 유독 ‘동물의 숲’만큼은 큰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이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동물의 숲 대란’이 선택적 불매에 해당한다고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