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집에 방치돼 숨진 2살배기…방임·학대 징후 있었다

김민정 기자I 2023.02.08 23:12:38

생후 4개월 이후 예방접종 '전무'
시스템 한계 또다시 드러나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한겨울에 엄마가 사흘간 외출한 사이 혼자 집에 방치된 채 숨진 2살 아이의 신변에 위험징후를 알리는 위기정보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살 아들을 집에 혼자 두고 사흘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A(24)씨가 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일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A(2)군이 숨진 채 발견되기 전 이미 2차례에 걸쳐 신변에 위험 징후를 알리는 위기 정보가 보건복지부에 입수됐음에도 위기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A군은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위기아동 발굴 지표 중 하나인 정기 예방접종과 건강검진을 1년 넘게 한 번도 받지 않았는데 조사 대상에서 누락됐다.

지난해 4월 정기예방미접종에 건강보험료 체납, 금융연체 등의 정보가 올라왔고 지난달에는 의료기관미진료와 국민연금·건강보험료 체납 등의 위기 신호가 떴다.

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영유아 건강검진 여부, 어린이집 결석, 단전, 단수, 단가스 등 총 44종의 정보를 입수·분석해 위기 아동을 발굴한다.

이처럼 A군은 2차례에 걸쳐 위기 정보가 확인됐음에도 조치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았고, 관할 지역의 복지 담당자의 현장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정부의 위기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위기 아동 조사 대상자 선별 과정에서 A군이 위기 정보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분류돼 조사 대상자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위기 아동 조사 대상자는 인공지능(AI) 기계학습 등에 기반한 예측 모델을 이용해 선별하며 위험도가 높은 상위 약 2만 5000∼3만 명만 발굴한다.

보건복지부는 사건의 터질 때마다 위기 대상 발굴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시스템의 한계가 또다시 드러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인 의원은 “방임과 학대의 징후를 포착하고도 안타까운 사고를 막지 못했다”며 “위기 아동에 대한 기획조사를 확대하고 연령대에 따라 세부적으로 위기 정보에 가중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울 두살배기 홀로 남아 숨진 빌라 (사진=연합뉴스)
한편 B씨는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 2살 아들을 혼자 집에 두고 외출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께 집에서 나가 2일 오전 2시에 귀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가 집에 돌아왔을 때 A군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이날 오전 3시48분께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B씨 신고를 받고 출동해 학대 혐의를 확인하고 그를 검거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군의 시신을 부검한 뒤 “장시간 음식물이 공급되지 않아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는 사람이 일을 좀 도와달라고 해서 돈 벌러 갔다 왔다. 처음부터 집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다”며 “일이 많이 늦게 끝났고 술도 한잔하면서 귀가하지 못했다. 집을 나갈 때 보일러 온도를 최대한 높여 놨다”고 주장했다.

B씨는 지난해 여름쯤 A군 친부와 별거한 뒤 별다른 직업 없이 간간이 택배 상하차 업무 등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A군 친부로부터 1주일에 5만∼10만 원가량을 생활비로 받았으나 최근까지도 수도 요금과 도시가스 요금을 제때 내지 못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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