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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IC2020]"연이은 사모펀드 사태, 사모 탈 쓴 공모 판매가 원인"

유현욱 기자I 2020.09.17 17:36:03

'위기의 사모펀드 기회와 위험' 주제로 종합토론
전문가들 "자생적 발전한 해외와 태생부터 달라"
투자자 요건, 형식적…"적격성 세심히 따져야"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연이어 기초자산에 부실이 발생해 투자자를 울린 사모펀드 사태를 두고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짧은 시간에 고속 성장을 하면서 나타난 시행착오”라고 지적했다. 오랜 세월 자생적으로 발전한 미국 등 선진국들과 달리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공모펀드에 예외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출발했다. 이런 역사는 개인 투자자들이 사모펀드를 공모펀드로 사실상 오인케 했고 판매사도 이를 악용했다는 것이다.

17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린 제2회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GAIC2020)는 ‘위기의 사모펀드 기회와 위험’이란 주제의 종합토론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안창국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장, 김현전 동양생명 CIO, 김진우 신영증권 전무,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 등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제2회 글로벌대체투자컨퍼런스(GAIC2020)’가 17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Discussion&Policy Proposal:위기의 사모펀드 기회와 위험’이란 주제로 열리고 있다. 김태우 KTB 자산운용 대표(왼쪽부터), 김진우 신영증권 전무, 김현전 동양생명 CIO, 안창국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장, 성태윤 연세대 교수. (사진=이영훈 기자)
우선 좌장을 맡은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전문사모운용사들이 연거푸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원인을 물었다.

국내외 운용사들을 두루 경험한 김태우 대표는 형식적 투자자 요건에 매달리다 보니 비적격 투자자가 다수 유입된 문제를 지적했다. 김 대표는 “49인 이하, 최소투자금 3억원 이상이라면 누구나 사모펀드를 가입할 수 있다”면서 “(일률적으로)이들이 투자자 자격을 갖췄다고 보는데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식견 있고 위험을 분석할 수 있는 투자자들만이 사모펀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전 CIO 역시 “기관 투자가의 전유물이던 사모펀드가 (외부의 압력에 의해) 개인 투자자에게도 문호가 열리면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아무리 수준 높은 개인이더라도 기관이 가진 정보획득력이나 해석력에 있어서 부족함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공급자 측면에서는 같은 물량을 팔더라도 기관보다 개인에게서 더 많은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 일종의 쏠림 현상도 야기했다.

김진우 전무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그는 “(환매 중단이 일어나더라도)폐쇄형이거나 기관 투자자 전용이었다면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가동할 수 있었을 텐데 대다수 공모펀드처럼 개방형인데다 기관과 개인이 섞여 가입해 이조차 불가능했다”고 했다.

안창국 단장은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은)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수익을 높이기 위해 국내에서 해외로, 상장에서 비상장으로, 전통자산에서 대체자산으로 이동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의 배경은)관련 규제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다거나 최소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라며 “규제를 회피해 사실상 공모펀드인데도 사모펀드로 가장하거나 시리즈펀드로 쪼개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펀드면 장기답게, 사모펀드면 사모답게 판매하는 관행이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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