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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코인 하나가 코스피 추월…허위공시 해도 거래소 대책 없어

김국배 기자I 2021.04.19 18:11:39

걷잡을 수 없이 느는 암호화폐 거래액
공시 등 이용자 보호 위한 규제는 허술
전문가들, '업권법' 필요성 강조…거래소 독과점 구조에 일조 지적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국내에서 도지코인(Dogecoin)이라는 이름의 알트코인(비트코인 외의 암호화폐) 하루 거래액이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을 뛰어넘을 정도로 급증했다. 업비트에서 지난 17일 오전 8시 51분 기준 24시간 도지코인 거래대금이 약 17조18억원을 기록, 전날 코스피(15조5421억원) 거래대금을 추월한 것이다.

도지코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에서 언급하며 주목하기 시작한 암호화폐다.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장난삼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자들이 장난삼아 만든 암호화폐 하나가 코스피 거래대금을 앞지른 것이다.

암호화폐에 투자자들의 돈이 급격하게 몰리면서 허술한 투자자 보호 환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데 정작 정부 대응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크다.

장난삼아 만든 코인에 너도나도 뛰어들어…암호화폐 ‘광풍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업비트·빗썸·코인원·빗썸 등 국내 4대 거래소의 24시간 암호화폐 거래액은 29조원을 넘었다. 같은날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대금을 합친 금액(약 27조 7391억원)보다 많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 시세 상승과 함께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드는 이들은 많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 수는 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엔 비트코인 뿐 아니라 도지코인과 같은 이름조차 생소한 알트코인까지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실제로 이날 업비트가 알트코인 시총을 지수화한 ‘업비트 알트코인 인덱스(UBAI)’는 연초 대비 5배 가까이 커졌다.

알트코인이 비트코인에 비해 변동성이 극심하다는 점이 역설적이게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도지코인 이미지


투자금은 불어나는데…이용자 보호 등 규제는 허술

전문가들은 빠르게 불어나는 투자금에 비해 이용자 보호 등을 위한 정부 규제는 허술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자금세탁 방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규제는 사실상 없는 상태다. 허위 공시로 이용자가 피해 입어도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이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거래소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엔 비트코인이 외국보다 국내에서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이용자들이 생기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카드로 결제한 뒤 국내 거래소로 보내 원화 출금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거래소로선 현재 출금 지연밖에 방법이 없는데, 이조차 이용자가 소명할 경우 (출금을) 더이상 미루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이든 금융위원회 등 이런 상황에 대해 문의를 했을 때 받아줄 수 있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제도적 틀 마련할 ‘업권법’ 필요…규제 당국이 거래소 독과점에 일조하는 꼴


업계와 법조계는 물론 정부 일각에서도 암호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업권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도 가상자산만을 위한 업권법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지난해 11월 4차위 산하 ‘블록체인 연구반’은 10개월의 연구 끝에 낸 보고서에서 ‘현행법은 자금세탁방지 관점에서만 규제해 한계다. 가상자산 관련업에 통상적 규제체계를 마련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정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특금법으로 가상자산업이 제도권으로 편입됐다는 오해도 있는데 특금법은 영업행위 규칙, 소비자 보호 등은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가상자산업이 올바르게 발전하도록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한편,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업권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특금법은 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실명 계좌 발급 신청을 받을 경우 자체적으로 판단해 발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인 기준을 주지 않고 사실상 ‘알아서 하라’는 입장인 셈이다. 어쩔 수 없이 금융권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자체적으로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탓에 금융 규제 당국이 거래소가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현재 상황이라면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보유한 4대 거래소의 영업권만 보장돼 향후 소비자 권익이 침해될 소지가 크다”며 “만일 사업자들이 거래 수수료를 인상하는 등 소비자 권익이 저해되고 신규 사업자 진입이 어려운 이상 문제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우리나라는 규제를 하나도 만들어 놓지 않고 ‘알아서하라’는 식”이라며 “사기·범죄 행위 조사도 좋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해선 업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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