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준법경영` 내세운 삼성…계열사 삼성重은 하도급 업체 `후려치기`

남궁민관 기자I 2020.06.25 17:19:33

TSS-GT "20억 미지급"…1.5조 선박 유치권 행사 돌입
"계약서 제대로 작성 않고 대금 감액 요구"
하도급 업체 유치권 행사 처음…업계 부당 관행 `경종`
삼성重 "일방적 주장…계약 및 대금 확인 중"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1조5000억원 규모의 대형 해양플랜트 설비 `매드독`을 수주한 삼성중공업이 하도급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20억원 가량의 대금을 받지 못한 하도급 업체는 삼성중공업이 `단가 후려치기`를 시도했다며 건조 현장을 점거하고 유치권 행사에 돌입했다. 해양플랜트를 비롯해 대형 선박 건조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가 유치권을 행사한 사례는 사실상 처음이다. 유치권이란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로, 민법 제321조는 `유치권자는 채권 전부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물 전부에 대해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하도급 업체가 삼성중공업의 1조5000억원 규모 대형 해양플랜트 `매드독`을 상대로 유치권 행사에 돌입한 현장. (사진=법무법인 강호 제공)


25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하도급 업체 `TSS-GT` 직원 10명은 이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매드독 건조 현장을 봉쇄하고 유치권 행사에 들어갔다. TSS-GT는 매드독의 케이블 포설과 관철, 배관작업 부문을 맡았다.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U)인 매드독은 조선업계 불황이 지속되던 지난 2017년 1월 삼성중공업이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로부터 수주한 대형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로 오는 8월 인도가 예정돼 있다. 유치권 행사가 장기화 할 경우 인도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TSS-GT 측은 당초 하도급 계약을 맺을 당시 삼성중공업이 제대로 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을 뿐더러, 공사 완료 이후 납득할 수 없는 대금 감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TSS-GT 측은 “납기를 맞추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며 하도급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먼저 일을 시켰고 삼성중공업 지시에 따라 인력을 대거 투입해 적시에 업무를 마감했다”며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을 악용해 당초 구두로 계약한 하도급 대금을 인정할 수 없다 하거나, 결재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 등을 들어 터무니 없는 대금 감액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TSS-GT 측이 추산한 하도급 계약의 총 대금은 60억여원이지만 현재까지 받은 대금은 40억원에 불과하다.

TSS-GT 측은 “직원 180명의 임금 15억여원과 자재비 5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현재 노동청에 신고까지 당했다”면서 “남은 대금 20억원을 지급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삼성중공업은 3억원만 줄 수 있다고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단가 후려치기`에 앞서 제대로 된 계약서 작성없이 공사를 시키는 관행부터 하도급법 위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도급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원사업자는 공사 개시 전 수급 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 지급 방법 등을 정한 계약서 서면을 교부해야 하고, 그 서면을 보관해야 한다.

조선업계의 하도급법 위반은 빈번하지만, 그간 하도급 업체들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것 역시 반드시 고쳐져야 할 관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강호의 장진영 변호사는 “그간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하도급 계약시 거의 대부분 유치권 포기 특약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TSS-GT의 유치권 행사는 국내에서 처음”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도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TSS-GT와 표준 하도급 계약서를 체결한 것으로 보여 그나마 유치권 행사가 가능했다”고 전했다.

TSS-GT 측은 “삼성은 준법경영을 약속하며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정작 삼성중공업은 불법적 관행을 그대로 통용하고 있다”며 “대형 원청기업들은 소규모 협력회사들을 대대적으로 동원해 공사 일정을 맞추고 발주처의 인센티브를 받는 등 큰 이득을 취하지만, 정작 협력회사들은 임금 체불과 빚더미의 벼랑으로 몰리는 모순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중공업 측은 “해당 하도급 업체의 일방적 주장”이라면서도 “정확한 하도급 계약서 체결 여부 및 실제 대금 규모는 확인 중”이라고 해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