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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기업 팹리스 SW 불법 사용…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배제될 뻔

김아름 기자I 2025.02.18 17:28:30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불법 사용
국가적인 무역 제재 위험
설계 오류로 불량률 높아질 수도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국내 대기업에서 외산 소프트웨어를 과거 불법으로 사용한 정황이 포착돼 파장이 예상된다. 해당 소프트웨어는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로 불법 사용이 적발되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될 수도 있어 국가적인 무역 제재를 받을 위험까지 있었다.

18일 업계 관계자는 “A사가 과거 불법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라며 “A사는 2017년 부터 2021년까지 약 5년간 보유 중인 라이센스를 수십배 복제해 사용했다. 복제한 부분은 미국의 시높시스, 케이던스, 앤시스, 독일의 지멘스 EDA 등 4개사의 소프트웨어 200개가 해당된다”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는 흔히 EDA 툴로 불리며, 지식재산권(IP), 제조공정과 함께 반도체 산업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EDA 툴은 고가의 상용 소프트웨어로 불법 복제시 저작권법 위반으로 정품 소프트웨어의 수십 배에 달하는 배상금 등 민형사상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국제무역 관련 법률(ITC, WTO 등)을 근거로 법적 조치를 받을 수도 있어 미국 주도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돼 TSMC, 삼성반도체 등의 주요 파운드리 서비스 이용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불법 복제된 소프트웨어는 기술지원이 불가능해 최신 공정의 필수 기능을 사용할 수 없으며, 정확한 검증을 보장하지 않아 설계 오류로 제조이후 불량률이 높아질 위험도 크다는 것이다.

대기업 팹리스 반도체 회사인 A사는 2016년에도 대량의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가 적발이 된 바 있다. 당시 수십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시높시스 측에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권선례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는 “불법 소프트웨어 다운로드로 저작권법을 위반하면 형사 처벌뿐만 아니라 저작권사로부터 민사소송으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을 수 있다”며, “위법행위가 2021년에 종료되었더라도 형사 고소는 범행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범행 종료일로부터 5년 이내 가능하고, 민사소송은 위법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이내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A사 관계자는 “현재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실은 없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업계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소프트웨어 가격 부담으로 주로 외산 소프트웨어들이 복제해서 쓰이고 있는 실정”이라며 “우리나라에서 특히 관행적으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 인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이런 인식들이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팹리스 생태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정품 사용의 장려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EDA 툴 지원 사업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하 SW-SoC 융합R&D센터에서 공동구매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다만 모든 팹리스 업계를 지원하긴 어렵고 여력이 되는 업체들은 자력으로 정품을 사용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TRI 관계자는 “반도체 설계에서 꼭 필요한 EDA 툴은 사용료가 워낙 비싸다 보니 정부가 공동 활용을 위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라며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업체들에게 지원은 어렵기 때문에 집중 지원 대상인 AI반도체 외에 스타트업과 영세 업체들에게 지원하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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