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관광청은 이달부터 10월까지 하계 시즌을 겨냥해 ‘문화가 살아있는 도시, 경험하는 예술’을 테마로 전시·공연·미식 프로그램을 연계한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인다고 최근 공식 발표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회복세에 접어든 도시 관광의 질적 전환을 노린 전략으로, 체류형 관광을 확대하고 ‘목적형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도시 브랜드 고도화 작업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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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겨냥한 전략 콘텐츠, ‘만화의 예술’ 전시 최초 개최
이번 시즌의 대표 콘텐츠는 아시아 시장, 특히 일본·한국을 겨냥한 예술 전시다. 골든게이트 공원 내 드 영 뮤지엄(de Young Museum)에서는 아시아 외 지역 최초로 대형 일본 만화 전시 ‘Art of Manga(만화의 예술)’가 개최된다. 단순한 서브컬처 소비를 넘어, 만화가 가진 예술적 가치와 사회적 함의를 재조명하는 이 전시는 문화적 공감대를 공유하는 아시아권 관광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몰입형 체험 전시 ‘Emotion Air’도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Palace of Fine Arts)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대형 풍선 구조물과 빛·소리를 결합한 이 설치 작품은 전시 공간 자체를 하나의 감각적 세계로 탈바꿈시키며 ‘찍고, 걷고, 공유하는’ MZ세대 중심의 체험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은 조형예술계의 거장 루스 아사와(Ruth Asawa)의 첫 사후 회고전을 개최한다. 아사와는 일본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개인적 역사를 바탕으로 한 조형적 실험으로 미국 현대 조각사의 전환점을 만든 인물이다. 이번 전시는 그녀의 와이어 조각부터 회화, 청동 작업까지 총 300여 점이 출품된다. 미술관 관계자는 “아사와의 작품을 통해 도시가 가진 다문화 정체성과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동시에 조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문화의 실험실, ‘미식 샌프란시스코’의 확장
예술과 함께 도시의 브랜드를 이끄는 또 하나의 축은 ‘미식’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내에서도 지속가능한 식문화와 퓨전 레스토랑 트렌드의 선도 도시로 꼽힌다. 올해 새롭게 문을 연 레스토랑 ‘메스키(Meski)’와 ‘모렐라(Morella)’는 아프리카-라틴, 아르헨티나-이탈리아 퓨전이라는 독창적인 콘셉트로 현지 및 외래 미식가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대표 미식 명소인 ‘포린 시네마(Foreign Cinema)’에서는 5일간의 스페셜 셰프 프로그램이 열린다. 전설적인 셰프 제레마이아 타워(Stars), 브루스 힐(Bix, Zero Zero) 등이 참여해 ‘샌프란시스코 식문화의 현재’를 경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도시는 무대, 여행자는 배우”…관광의 새로운 역할
이번 여름 시즌 프로그램은 단순한 전시나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관광청이 기획한 ‘공공 설치 예술’과 ‘커뮤니티 기반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은 도시의 골목과 거리, 소외된 지역까지 관광 콘텐츠로 편입시킨다. 예술이 도시재생과 관광을 연결하는 키(key)로 작동하면서, 관광의 사회적 역할과 도시 브랜딩의 미래를 동시에 실험하는 셈이다.
샌프란시스코관광청 안나 마리 프레수티 청장은 “샌프란시스코는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예술 무대가 된다”며 “문화와 경험을 중시하는 한국 여행객들에게도 이번 시즌은 특별한 영감을 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관광청은 앞으로도 도시 전역에서 문화·예술 중심의 이벤트를 지속 발굴하고, 글로벌 문화관광 도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