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밀려 인터넷선 잘라”…전세 사기 피해자, 8번째 사망

강소영 기자I 2024.05.07 18:46:32

대구서 첫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A씨, 8400만원 전세보증금 못 돌려받아
소액임차인에도 해당 안돼…“대책 마련 시급”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여성이 유서를 남긴 채 사망한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 시내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사진=연합뉴스)
7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 대구 피해자모임은 “지난 1일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 A씨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며 애도 성명을 냈다.

대책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9년 전세보증금 8400만 원을 내고 나무의 한 다가구주택에 입주했으나 계약 기간이 끝나도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었다.

A씨는 다가구 후순위인데다 소액임차인에도 해당하지 않아 최우선변제금조차 받을 수 없었다.

최우선 변제금은 소액 임차인이 살던 집이 경·공매로 넘어가도 은행 등 선순위 권리자보다 우선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을 말한다. 대구에서는 최우선 변제금을 받을 수 있는 소액 임차인 기준이 전세보증금을 8500만 원 이하로 지불한 이들로, A씨가 계약한 2019년에는 6000만 원 이하가 기준인 탓에 당시 8400만 원으로 전세를 계약한 A씨는 소액임차인에 해당되지 않았다. 이에 전세보증금을 단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었다.

또 A씨는 지난달 12일 전세사기피해자지원위원회로부터 피해자 인정 요건 가운데 ‘경매개시결정’ 등 3호 요건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특별법상 ‘피해자등’으로 분류된다는 통보를 받아 이의 신청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A씨가 사망한 당일에도 임대인이 월세를 요구하며 인터넷 선을 자르는 등 괴롭힘이 이어졌다”며 “피해자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사랑하는 자녀와 남편을 두고 세상을 떠나야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타살이나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으며 전세 사기와 관련 숨진 세입자는 A씨가 8번째로, 대구에서는 첫 번째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A씨 사망과 관련해 임대인인 60대 B씨 등을 사기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대책위 측은 “전세사기 피해로 인해 8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정부와 국회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오는 8일 국회 정문 앞에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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