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봉현 한은 국제국 해외투자분석팀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한은 금요강좌’에서 “규모가 크고 장기 투자를 하는 국민연금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손익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환 리스크 관리가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민연금의 환 헤지는 자체적으로 정해놓은 기준보다 환율이 올라가면 보유한 해외 자산의 일부를 선물환(특정일에 사전에 약정한 환율로 매수·매도하는 거래)을 통해 매도하는 것이다. 달러를 매도해 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기 때문에 국내 외환시장에선 환율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자산 규모는 지난해 10월 기준 4800억달러에 달한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해야 하는 국민연금의 특성을 생각하면 자산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 변화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변동성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백 팀장은 짚었다.
그는 “환율은 해외증권(주식·채권) 투자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치나 그 변화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는 환 위험을 적극적으로 헤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환 위험을 헤지하지 않는 것이 투기”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 해외 주가와 환율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기에는 환 헤지 없이도 자연스럽게 헤지 효과를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엔 해외 주가와 환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환 헤지를 하지 않을 경우 손익 변동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환율이 계속 오르기만 한다면 헤지를 않는(환노출) 것이 더 높은 수익을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환율 하락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 팀장은 “국민연금이 환 헤지를 할 때 규모가 크고 안정성과 지속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측면에서 시장을 통한 거래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한은과의 외환 스와프를 통해 국민연금은 안정적인 상대편을 확보하고, 한은은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윈-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엿다.
이날 강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6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 이후 기자회견에서 직접 언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이 총재는 “현재 원화가 많이 절하돼 해외 투자 수익률이 매우 높아져 있는 상황인데, 이는 미실현 수익”이라며 “환율이 변동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규모가 큰 투자를 했다면 수익을 어느 수준에서는 실현시켜 놓는 것이 환율이 내려갔을 때도 유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처럼 장기·대규모 해외 투자자들은 이렇게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올라가 있을 때 일정 부분의 수익을 헤지를 통해서 실현시키는 것이 각 기관들의 수익률 극대화에도 좋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오해가 많아서 구정 이후 금요강좌에서 다룰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한편, 한은 금요강좌는 한국은행이 대학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경제·금융을 주제로 개최하는 공개 강연이다. 1995년에 시작했으며 주로 대면 강의로 진행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는 온라인으로 실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