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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일 국무총리' 이완구 취임에서 퇴임까지

피용익 기자I 2015.04.27 19:12:43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끝에 27일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이 총리는 충남지사와 3선 의원 등의 경력을 통해 행정력과 정치력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지난 1월23일 총리 후보자에 지명되자마자 ‘실세 총리’ ‘책임 총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그가 총리 후보자가 된 이후 예상치 못했던 악재들이 쏟아졌다. 투기 의혹과 아들 병역면제 의혹 등을 정면돌파했지만, 기자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나온 언론사 외압 발언은 그를 후보자 사퇴 직전까지 몰고 갔다.

우여곡절 끝에 총리에 취임한 그는 그동안 타격을 입은 이미지를 만회하려는 듯 역대 어느 총리들보다도 왕성한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 2월17일 그는 취임 일성으로 “책임총리로서 역할을 다 하겠다”고 밝혔고, 2월24일에는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장·차관들에 대한 연2회 종합평가를 실시하겠다며 공직기강 확립에 나섰다. 3월12일에는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총리는 4월9일 기자간담회에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왜곡을 문제삼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말해 ‘할 말은 하는 총리’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기자간담회 직후 성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 성 전 회장의 시신과 함께 발견된 로비 리스트에는 ‘이완구’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금액은 표시되지 않아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14일 성 전 회장 자살 직전 진행한 인터뷰를 보도하면서 “2013년 4월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에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이 총리에게 선거사무소에서 현금 3000만원을 건넸으며, 이 총리가 이 돈을 공식 회계처리하지 않았다”고 밝힌 게 결정타가 됐다. 자신이 선포한 ‘부패와의 전쟁’으로 시작된 사정이 스스로에게 향한 꼴이다.

이 총리는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거듭해서 전면 부인했다.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선 “만약 제가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잦은 말바꾸기를 통해 신뢰를 잃었고 결국 총리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에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까지 자진사퇴를 요구하자 그는 지난 20일 중남미 순방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순방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박 대통령은 이 총리의 사표를 수리했다. 사의를 표명한 지 1주일 만이다.

이로써 이 총리는 취임한 지 70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만 지난 21일부터 업무에서 손을 놓은 것을 고려하면 실제 직무 기간은 63일로 역대 총리 가운데 가장 짧다. 이 총리는 지난 1주일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칩거해왔다.

다만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그는 “최근 상황과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습니다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으며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떠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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