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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3억 역풍에도…홍남기 “주식양도세 수정 없다”

최훈길 기자I 2020.10.07 11:37:42

부총리, 국감서 “주식양도세 예정대로 과세”
“2017년 이미 결정돼, 증세 아닌 과세형평”
투자자 반발 “3억이 대주주? 현대판 연좌제”
與 “주식시장 고려해 2022년까지 유예해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한광범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양도소득세 논란 관련해 예정대로 과세할 방침을 밝혔다. 일각에서 수정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일축한 셈이다.

투자자들은 현대판 연좌제·과잉 과세라며 부총리 해임까지 주장하고 있고 여당도 정책 수정을 주문하고 있지만, ‘주식소득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이 강해 진통이 예상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제공
홍남기 부총리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 4월부터 주식양도세를 예정대로 추진하는지’ 묻자 “예”라며 수정이 없을 것임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 위기 과정에서 개인 주주분들인 동학개미 분들의 역할이 컸다”면서도 “(주식양도세 3억원 요건은) 정부가 지금 결정한 게 아니라 2017년 하반기에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증세 목적으로 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며 “주식 양도소득세는 자산소득세 강화 취지로 과세 형평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한 기업의 주식을 10억원 이상 가진 투자자(대주주)는 주식을 팔 때 양도차익에 따라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내야 한다.

정부는 문재인정부 국정과제, 2017년 세법 개정에 따라 내년 4월부터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당 보유 주식이 3억원 이상인 투자자가 수익을 내면 최대 33%의 양도세를 내야 하는 셈이다.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일은 올해 연말 폐장일인 12월30일이다.

이때 3억원은 해당 주식 보유자를 비롯해 친가·외가 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손녀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등이 보유한 물량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결혼한 남성이 삼성전자(005930) 주식을 보유한 경우 아내, 자녀, 부모, 손자·손녀, 자신의 친가·외가 할아버지·할머니가 가진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합쳐 3억원이 넘으면 대주주가 된다는 뜻이다.

문재인정부 이전부터 재정당국은 ‘세금 사각지대’인 주식 양도소득에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주주 요건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가족들이 담합해 차명으로 증권계좌를 개설하거나 분산투자로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족 합산 방식으로 주식 양도세가 부과됐다.

하지만 이같은 과세 강화를 앞두고 최근 투자자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졌다. 경제 규모가 커졌는데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규정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했다. 과거와 달리 각자 떨어져 살고 있는데 가족들 주식 보유 현황을 파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식 열풍으로 보유 주식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한 투자자는 “3억원 대주주는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국민청원을 올렸다. 지난 2일 청원 마감 결과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 청원에 21만6844명이 참여해 청와대 답변 기준(20만명)을 넘었다.

지난 5일 올라온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청원에 7일(오전 11시30분 기준)까지 이틀간 3만4000명 넘게 참여했다. 청원인은 “대주주 3억이 시행된다면 개미들의 엄청난 매도에 기관과 외인들의 배만 채울 것이다. 주식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 부동산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이 명약관화한 일”이라며 “국민개미들을 위한 올바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유능한 새로운 장관을 임명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기재부와 비공개 회의에서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강화하는 당초 계획을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민주당 자본시장특별위원회 위원장 겸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주주 범위 확대는 반드시 유예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용진 의원은 7일 국감에서 “2023년 주식 양도세 전면과세가 된다”며 “(2022년까지)향후 2년간 현행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기획재정부, 금융투자협회 등]
‘세금 사각지대’인 주식 양도소득에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주주 요건이 꾸준히 강화돼 왔다. 가족들이 담합해 차명으로 증권계좌를 개설하거나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족 합산으로 주식 양도세가 부과됐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대주주 3억원 요건은 해당 주식 보유자를 비롯해 친가·외가 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손녀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등이 보유한 물량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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