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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죽지?' 불륜 의심한 남편 칫솔에.. '락스 칠한 아내'

정시내 기자I 2021.05.10 13:23:08
[이데일리 정시내 기자]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카카오톡 대화를 몰래 훔쳐본 40대 남편에 대해 법원이 선고를 유예했다.

대구지법 형사12부(이규철 부장판사)는 아내의 소셜미디어(SNS) 내용을 몰래 본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벌금 100만원 선고를 유예했다고 10일 전했다. 선고유예는 선고를 유예한 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면소(免訴: 소송 종결)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A씨는 2014년 9월 아내 B(46)씨의 외도를 의심해 아내가 잠든 사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입력한 다음 카카오톡 내용을 봤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범행이 우발적으로 이뤄졌고, 경위에 참작할 점이 있는 점, 범행 이후 5년 넘게 아내가 문제 삼지 않고 부부 관계를 유지한 점 등을 종합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건강검진에서 위염, 식도염 진단을 받은 시기에 자신의 칫솔에서 락스 냄새가 나는 것을 느껴 녹음기, 카메라 등을 설치해 몰래 녹음·녹화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녹음의 범위를 증거 수집을 위한 범위로 제한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에 관한 증거를 확보하고 자신의 신체와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써 행위의 동기와 목적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2008년부터 아내와 갈등으로 각방을 써 온 A씨는 범행 당일 B씨가 술에 취해 늦게 귀가하자 불륜을 의심해 휴대폰을 열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중 2019년 11월 위장 통증을 느꼈고 건강검진에서 위염과 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칫솔에서 소독제 냄새가 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고 이후 자신만이 알 수 있게 칫솔 등의 방향을 맞춰놓고 출근했다가 퇴근 후 칫솔 등의 위치가 바뀌어 있자 녹음기를 설치했다.

녹음기에는 화장실에서 무언가를 뿌리는 소리와 함께 ‘안 죽노’, ‘락스물에 진짜 쳐 담그고 싶다’, ‘몇 달을 지켜봐야 하지’, ‘오늘 죽었으면 좋겠다’ 등 혼잣말하는 소리가 녹음됐다.

아내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의심하게 된 A씨는 지난해 4월 대구가정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했고, 아내가 자신의 100m 이내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임시보호명령을 받아냈다. 이후 A씨는 아내를 살인미수로 고소했다.

검찰은 락스를 사용해 상해를 가하려고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는 사실로 B씨를 특수상해미수 혐의로 기소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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