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못이겨 6개월 당긴다…전시일정도 바꿔버린 '이건희 파워'

오현주 기자I 2021.05.13 14:09:24

대구미술관, 이건희컬렉션 공개 6월 말로
빗발치는 전시문의 쇄도하는 공개요청에
예정했던 12월 특별전을 앞당겨 '웰컴 홈'
이인성·이쾌대…작가8인 기증작21점 모두

대구미술관 학예사들이 이건희컬렉션 기증작의 상태를 세부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살피고 있는 작품은 문학진의 ‘달, 여인, 의자’(1988)다(사진=대구미술관).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당장 우리에게 그이의 소장품을 보여 달라!”

시민과 예비 관람객의 불같은 성화가 대형 미술관의 전시일정을 뒤바꿔버렸다. 무엇 때문에 마음이 급했을까. 요즘 미술계에 ‘급한 마음’은 하나뿐이다. 이건희컬렉션.

대구미술관이 이건희(1942∼2020) 삼성전자 회장 유족에게서 기증받은 21점을 서둘러 공개하기로 했다. 빗발치는 전시문의와 쇄도하는 공개요청을 감당키 버거웠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이 회장 유족이 기증발표를 한 뒤, 대구미술관은 기증작 21점을 소개하면서 12월 특별전을 통해 이들 모두를 한꺼번에 선뵈겠단 전시계획을 알렸다.

하지만 2주만에 결국 이 예정을 접고 특별전 전시일정을 6개월이나 앞당겨 오는 6월 29일에 개막하는 것으로 긴급조정에 나선 거다. 이에 따라 기증작에 대한 연구·조사를 먼저 진행한 뒤 대중에게 찬찬히 내보이려 했던 계획은 완전히 뒤집혔다.



국·공립미술관의 전시기획은 최소한 3년 전에는 짜인다고들 말한다. 물론 국내 미술관들의 현실은 좀 다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 ‘최소한’이 자주 무너지긴 한다. 그럼에도 매해 시작과 함께 발표한 전시일정을 뒤집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난해 ‘코로나19’와 같은 천재지변급 사건·사고가 생기지 않는 이상. 그런데 이건희컬렉션이란 그 천재지변급 상황이 올해 또 터진 거다.

아내를 모델로 삼아 그린 이인성의 대표작 ‘노란 옷을 입은 여인상’(1934·종이에 수채·75×60㎝). 이인성의 부인은 일본에서 패션을 전공한 ‘신여성’이었다(사진=대구미술관).
대구미술관이 6월 29일부터 8월 29일까지 기증받은 이건희컬렉션으로 두 달 동안 열게 될 전시명은 ‘웰컴 홈’이다. 이인성의 대표작인 ‘노란 옷을 입은 여인상’(1934)과 이쾌대의 드문 후기작 ‘항구’(1960)를 앞세워, 서동진의 ‘자화상’(1924), 서진달의 ‘나부입상’(1934), 문학진의 ‘달, 여인, 의자’(1988), 변종하의 ‘오리가 있는 풍경’(1976), 유영국의 ‘산’(1970s) 시리즈, 김종영 ‘작품 67-4’(1967) 등, 8명 작가의 회화 20점과 조각 1점으로 구성된 이건희컬렉션 21점 모두를 만날 수 있다.

이들과 더불어 대구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이인성·서동진·변종하의 작품 20여점도 함께 내놓는다. “기증작품의 가치를 더하고 대구 출신 주요 작가의 작품세계가 충분히 드러날 수 있도록” 한 미술관의 배려다.

이쾌대가 1960년에 그린 ‘항구’(캔버스에 유채·33.5×44.5cm). 이건희컬렉션의 한 점이면서 작가의 희귀작인 작품이 고향 대구로 돌아왔다(사진=대구미술관).
미술계에서 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기증받은 이건희컬렉션으로 굳이 한정해 볼 때 이인성(1912∼1950), 이쾌대(1913∼1965) 등 두 천재 작가를 필두로 서동진(1900∼1970), 서진달(1908∼1947), 변종하(1926∼2000) 등 거장을 대거 배출했는데. 여기에 경북 울진에서 난 유영국(1916∼2002)을 포함하면 거대한 퍼즐이 완성된다. 여기에 김종영(1915∼1982), 문학진(1924∼2019)이란 막강한 작가를 보태 이들의 수작이 대구미술관에 새롭게 자리를 잡게 된 셈이다. 이인성의 작품은 무려 7점이고, 유영국의 작품은 5점, 서진달·변종하·문학진의 작품은 2점씩, 이쾌대·서동진·김종영의 작품은 1점씩이다.

최은주 대구미술관 관장은 “기증소식이 전해진 뒤 미술계는 물론이고 각계각층 시민과 기쁨을 나눴다”며 “작가연구와 작품연구를 통해 이건희컬렉션의 의미를 더하고, 지역미술사를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데 기폭제가 되도록 좋은 전시를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서진달이 그린 ‘나부입상’(1934·캔버스에 유채·90.2×70.3㎝). 일본 도교미술학교 재학시절에 제작한 작품이다(사진=대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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