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보아 오빠 "싸늘한 의사들" 비판에 전 의협회장이 한 말

김민정 기자I 2021.05.18 13:58:27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가수 보아의 친오빠인 뮤직비디오 감독 권순욱 씨가 말기암 투병 중인 사실을 전한 후 의사들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SNS를 통해 나름의 해명을 내놨다.

권씨는 지난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복막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사실을 알리면서 “의학적으로 이미 죽은 사람 판정하는 병원과 하루하루 죽어가는 몸의 기능들을 보며 이제 자신이 많이 없어진 상태”라며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치료는 시도 중이고 기약 없는 고통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권순욱 씨 인스타그램)
그가 공개한 의료기록에는 ‘기대여명 3~6개월 정도로 보이나 복막염이 회복되지 않으면 수일 내 사망 가능한 상태’라고 써 있다. 또 항암제를 투여해 종양이 줄어들 가능성이 약 40%고, 약효가 있으면 평균 4~6개월의 생명 연장 효과가 있다고도 써 있다.

권씨는 “솔직히 이렇게 많은 분이 응원해주실 줄 전혀 몰랐고, 치료 사례와 여러 병원, 교수님들에 대해서 추천해주실 줄 몰랐다”며 “복막암 완전 관해 사례도 보이고 ,저도 당장 이대로 죽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는데 의사들은 왜 그렇게 싸늘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권씨는 “병이 나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이 병은 낫는 병이 아니에요. 항암 시작하고 좋아진 적 있어요? 그냥 안 좋아지는 증상을 늦추는 것뿐입니다”, “최근 항암약을 바꾸셨는데 이제 이 약마저 내성이 생기면 슬슬 마음에 준비를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주변 정리부터 슬슬하세요” 등의 말을 의사들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씨는 “최근에 입원했을 때 그리고 다른 병원 외래에 갔을 때 제 가슴에 못을 박는 이야기들을 제 면전에서 저리 편하게 하시니 도대체가 제정신으로 살 수가 없었던 시간이었다”며 “하지만 여러분들의 응원과 조언들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이 시도, 저 시도 다해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권씨의 이같은 글이 알려진 후 일각에서는 그가 느낀 ‘의사의 싸늘함’을 되짚어볼 만 하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사진=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 페이스북)
이에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권순욱 씨가 SNS에 ‘지나치게 냉정한 의사들의 태도’에 섭섭함을 토로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전 회장은 “얼마나 섭섭했을까. 그 심정 백분 이해가 된다”며 “의사들이 환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해서 안타까워하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환자들의 바램일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그가 만난 의사들이 왜 그렇게도 한결같이 싸늘하게 대했을까”라며 “그 이유를 알려드리고자 한다. 한 마디로 ‘자기방어’다. 그리고 ‘싸늘한 자기방어’는 의사들의 의무가 됐다”고 설명했다.

노 전 회장은 또 “(권씨가 들은 것처럼) 의사가 무덤덤하게 이런 얘기들을 환자 앞에서 늘어놓는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가 지나치게 냉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당연하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그는 “만일 의사들이 이런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러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은 조기사망에 대한 책임을 의사에게 돌릴 수 있고 결국 의사는 법정소송으로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그리고 ‘불충분한 설명’을 이유로 의사는 실제로 법적인 책임을 지는 상황까지 몰릴 수도 있다”고 했다.

노 전 회장은 “국가는, 이 사회는, 의사들에게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에 대한 주문을 해왔고 이제 그 주문은 의사들에게 필수적인 의무사항이 됐다”라며 “섭섭함 만이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때로는 이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가 지나치게 걱정이 많은 환자들에게는 올바른 선택의 기회를 앗아가기도 한다는 점이다.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부작용에 대한 빠짐없는 설명의무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법적 책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희박한 부작용’마저도 의사들은 일일이 설명해야 하고 그 설명을 들은 환자가 겁을 먹고 그에게 꼭 필요한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라며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에 대해 섭섭해하지 마시라. 죄송하지만, 이런 싸늘한 환경은 환자분들 스스로 만든 것이다. 안타깝게도 환경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다”라고 했다.

끝으로 노 전 회장은 “의사는 ‘존중과 보호’를 받을 때 최선을 다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의사들이 받는 것은 ‘존중과 보호’가 아니라 ‘의심과 책임요구’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의사들의 따뜻한 심장들이 매일 조금씩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이다”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권순욱 씨가 이를 극복해내고 건강을 회복하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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