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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법조계 "기업소득 환류세금 실효성 의문"

박철근 기자I 2014.07.29 14:02:07

국내 250대 기업 현금성 자산비율 9.18%…선진국보다 낮아
임금·투자 확대 보장 못해…이중 투자 및 과세 논란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관해 학계와 법조계가 많은 문제점이 내포됐다며 제도 시행 전에 올바른 정책방향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9일 여의도 전경련 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사내유보금과세, 쟁점과 평가: 기업소득 환류세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세미나를 열고 기업소득 환류세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기업의 본성은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데 있다”며 “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증가한 것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정부는 정책투명성 확보와 규제개혁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윤경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국내 250대 기업(비금융업)의 총자산 대비 현금성 자산 비율은 9.18%로, 미국(12.49%), 영국(10.37%), 프랑스(13.04%), 독일(13.85%), 일본(16.27%), 대만(20.64%)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투자확대를 기대하면서 법인세율을 인하했더니 기업들이 사내유보금만 쌓았다는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어 “외국의 경우 적정유보초과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이유는 주주의 배당소득세 회피를 방지하는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새 경제팀이 추진하는 것은 기업소득의 가계이전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상법인 역시 중소기업 제외 가능성이 있어 대기업의 부담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 김 부연구위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금융업 제외)의 현금성 자산 비율을 비교한 결과, 총수가 있는 민간 대규모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8.04%로 비소속기업(11.36%)보다 현저하게 낮아 대기업에만 부담을 지우는 셈이 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임금을 인상하면 사내유보 과세에서 공제한다는 정책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투자유인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이 이익이 나면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고 손실이 나면 주주가 이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주주권을 악화시키는 결과”라고 꼬집었다.

연 교수는 아울러 “투자자는 적은 세액공제를 위해 큰 손해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임금인상으로 이어지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이익증가 유인을 감소시키거나 해외투자 확대를 모색토록 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토론한 참석자들은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입법 취지인 당기순이익의 일정 부분 이상을 투자, 임금, 배당에 사용해 가계소득이 증가하면 내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 데에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이중 투자 및 과세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보금은 현금뿐만 아니라 토지, 기계설비 등에 투자돼 기업활동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라며 “유보금의 일정부분을 투자하라는 주장은 이미 투자한 자금을 다시 투자하라는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익을 내는 기업의 유보금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가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익잉여금 누계액’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승재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미 법인세를 납부하고 남은 금액에 대해 다시 과세를 하는 것은 같은 과세대상에 이중으로 과세하는 것”이라며 “헌법상 이런 제도를 허용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인세와 기업소득 환류세를 하나의 세제로 보아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법인세율을 증가시키는 결과”라며 “법인세율 증가는 결국 기업환경 악화로 연결된다”고 우려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이 없기 때문에 뚜렷한 대응방안은 없다”면서도 “정부의 시행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한만큼 제도 수립·시행 이전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법적·현실적 상황을 충분히 정부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사내유보금 과세, 쟁점과 평가’라는 세미나를 열고 새 경제팀의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문제점과 대안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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