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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사는 ‘곰표 맥주’…“내년 1월 확 풀립니다”

윤정훈 기자I 2020.11.10 11:01:00

곰표· 말표 맥주 만든 이승택 BGF리테일 MD 인터뷰
현재 2주에 한 번 발주 지점당 6캔 수준
소규모 세븐브로이 내년 1월 돼야 생산 증설
말표도 인기…세 번째 '표 시리즈' 나올까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인싸들의 맥주. 없어서 못 산다는 맥주. 편의점 씨유(CU)에서 판매하는 곰표 맥주 이야기다.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고, 미스터트롯 콘서트 티켓을 구하는 것처럼 요즘 이 맥주를 구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CU는 곰표와 말표 맥주가 연이어 대박이 나면서 전체 수제 맥주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CU 맥주 매출에서 1%에 불과하던 수제 맥주는 이제 7%까지 증가했다. 지난달까지 수제맥주 매출액은 작년 대비 550% 증가했다. 공전의 히트를 한 곰표 맥주 뒤에는 BGF리테일 음용식품팀의 이승택 상품기획자(MD)의 노력이 있었다. 그는 음용식품팀에서 맥주와 소주를 책임지고 있는 유일무이한 MD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사옥에서 이 MD를 만나서 곰표 맥주가 왜 이렇게 구하기 힘든지 이유를 물어봤다.

이 MD는 “지난 5월 말에 곰표 맥주를 출시한 뒤에 물량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전국 CU 사장님들한테 욕을 많이 먹고 있다”며 “언론에 노출되면 더 많이 팔릴까봐 인터뷰도 안했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승택 BGF리테일 음용식품팀 MD가 곰표맥주와 말표 맥주를 손에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BGF리테일)
곰표 맥주는 밀가루 회사 대한제분의 곰표 브랜드와 수제맥주 회사 세븐브로이, CU가 협업해 만들었다. 레트로 유행 속에서 곰표 맥주는 예상보다 큰 인기를 얻으면서 출시 직후 3일 만에 첫 생산물량 10만개가 완판됐고, 이후 일주일 만에 30만개가 팔렸다. 출시 5개월이 지난 현재는 100만개 이상이 판매됐다. 하지만 곰표 맥주를 찾는 사람에 비해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MD는 “세븐브로이가 소규모 양조장이라 월 최대 생산수량이 20만개”라며 “생산량 중 90%가 편의점으로 오고, 나머지 10%가 마트와 백화점 등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각 지점에서 2주에 한 번꼴로 발주를 하고 있는데 기껏해야 6캔 수준”이라며 “세븐브로이가 공장을 증설 중인데 내년 1월이 돼야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곰표 맥주를 못 마셔서 아쉬운 건 소비자만이 아니다. 이 MD도 “생산량만 받쳐줬으면 테라보다 많이 팔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곰표가 히트를 치면서 이어서 출시된 말표도 덕을 보고 있다”고 했다.

CU 기준 맥주 판매량(500㎖기준) 순위는 △1위 카스 △2위 테라 △3위 하이네켄 △4위 칭따오 순이다. 이 순위는 수년 동안 거의 바뀐 적이 없을 정도로 견고했다. 최근 이를 허물고 있는 것이 곰표 맥주에 이어 출시한 말표 흑맥주다.

말표 맥주는 CU가 구두약을 제조하는 말표산업과 맥주 제조사 스퀴즈브루어리와 협업해서 지난 8월 출시했다. 이 MD는 “최근 MBC 예능 ‘나혼자산다’에서 배우 서지혜씨가 곰표 맥주를 사러 가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때 함께 샀던 것이 말표 맥주다”라면서 “방송 직후에 말표 맥주 판매가 급증하면서 그 주에 칭따오 판매량을 넘어섰다”고 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들이 곰표를 사러 갔다가, 아쉬운 마음에 말표를 산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진한 흑맥주의 맛에 만족해 재구매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말표 맥주를 만드는 스퀴즈브루어리는 곰표 맥주의 5배 가량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연이은 수제맥주 제품 히트에 이 MD는 곰표, 말표에 이어 새로운 수제맥주를 준비 중이다. 그 사이에 나왔던 네이버 웹툰 ‘호랑이형님’, 플래티넘 맥주와 콜라보로 만들었던 ‘무케의 순한 IPA’도 인기를 끈 바 있다.

이 MD는 “새로운 수제맥주 콜라보도 준비하고 있는데, 동물이 들어간 ‘표 시리즈’를 계속 할지는 모르겠다”며 “노루표, 천마표 등을 거론해주시는데 자연스럽게 레트로 감성을 연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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