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 비트코인 광풍…화려한 부활인가, 2년전 악몽 데자뷔인가

김보겸 기자I 2021.01.03 18:27:32

비트코인 3600만원 돌파…한달만에 66%↑
"기관·억만장자 큰손들도 비트코인 뛰어들어"
과거와 달라진 암호화폐 위상이 랠리 요인
"다음달 5만달러" vs "거품은 결국 꺼진다"

비트코인의 새해 랠리가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새해부터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역대 최고가인 개당 3만3400달러(약 3600만원)를 을 넘어선데 이어 다음 달에는 5만달러선 돌파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체 없는 거품이라는 지적과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규제 가능성이 걸림돌이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시간 3일 오후 6시 기준으로 비트코인이 24시간 전에 비해 15.49% 상승해 최고가인 3만4254달러(약 3728만원)를 기록했다. 국내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에서도 비트코인은 24시간 전에 비해 12.93% 올라 3879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24시간 거래되는 방식이라 종가 개념이 없다.

지난해 연저점 대비 460%가량 급등했던 비트코인은 작년 12월6일 2만달러를 돌파한 지 한 달도 안 돼 66% 넘게 뛰었다. 미국 비즈니스전문지 엔터프리너는 “기관과 개인투자자 모두의 관심을 등에 업고 올해 사상 최고치로 출발했다”고 논평했다.

비트코인의 달라진 위상

비트코인이 초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암호화폐가 주류 자산시장에 편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다. 비트코인이 실제 화폐처럼 새로운 결제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관측이 잇따라 나오며 허상뿐인 투기대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한 영향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치 저장수단으로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결제 수단으로서 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은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플랫폼인 ‘페이팔’은 올해부터 암호화폐 매매와 결제 서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600만 가맹점에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으로 물건을 살 수 있게 된다. 페이팔 발표 직후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0% 넘게 올랐으며 암호화폐 시총 2위인 이더리움도 8% 넘게 급등하는 등 시총 상위 10개에 든 암호화폐가 덩달아 급등했다.

넘쳐나는 유동성에 뛰어드는 큰 손들

전 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의 전례 없는 돈풀기와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헤지(회피) 수요를 부추긴 것도 암호화폐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을 했다.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기관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실제 기관투자자들은 지난해부터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미국 가상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지난달 사들인 비트코인은 7만2950개로 같은 달 채굴량(2만8112개)의 약 3배에 달한다.

캐나다 퀘벡에 위치한 비트팜.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암호화폐 채굴기업 중 하나다 (사진=AFP)
170년 역사의 보험사도 투자 대열에 합류했다. 매스뮤추얼은 지난달 “비트코인 투자는 우리에게 미래 기회가 될 것”이라며 1억달러(약 1088억원)를 투자했다. ‘큰 손’들도 거들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 튜더존스와 스탠리 드러컨밀러 등 개인 투자자들도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트코인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 탄생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뉴욕 자산운용사 반에크 어소시에이츠는 비트코인 가격에 연동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설립을 다시 추진 중이다.

재임 기간 내내 비트코인 ETF에 퇴짜를 놓아 온 제이 클레이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사임하면서다. 반에크가 SEC 승인을 얻는다면 최초의 비트코인 ETF가 탄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시중 유동성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흡수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비트코인 랠리는 이제 시작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제기된다. 블록체인 회사인 NEM의 니콜라스 펠레카노스 거래 책임자는 “우리는 지금 거대한 불마켓(Bull Market·강세장)의 시작에 들어섰다고 본다”며 다음 달에는 비트코인이 개당 5만달러선을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콜 미너드 구겐하임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공급에 분명히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미 중앙은행은 엄청난 돈을 풀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40만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명인 트위터 계정 해킹 주범으로 검거된 그레이엄 아이번 클라크 (사진=AFP)
“암호화폐, 사기꾼들이 가장 선호해”

장밋빛 기대 속에서도 비관론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가상자산 비관론자인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비트코인은 통화가 아니고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도 아니다”며 “결국 거품이 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행보도 변수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은 행정부 내 관련 요직의 인물 성향에 달렸다”고 전했다. 재무장관 지명자인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수년간 암호화폐를 ‘투기성 자산’이라 표현하며 “익명의 통화는 테러 자금과 자금 세탁 등에 사용될 수 있다”고 비판해왔다.

실제 지난해 7월 미국에서는 17세 소년이 유명인을 사칭해 비트코인 사기 범죄를 벌인 바 있다.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해킹해 “1000달러를 비트코인으로 보내면 30분 안에 두 배로 돌려주겠다”는 글을 올려 10만달러(약 1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가로챘다가 보름 만에 검거됐다. 하지만 익명성이 보장되는 암호화폐 특성상 은행 등 중앙당국이 개입할 수 없어 피해금액 환수가 어렵다. CNN은 “분산화는 암호화폐를 기술자와 투자자뿐 아니라 사기꾼들이 가장 선호하는 화폐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2018년 겨울의 악몽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17년 급등한 비트코인은 당시 최고치였던 2만달러선을 돌파했지만, 중국이 암호화폐 사업을 단속하면서 그해 12월 3200달러 수준으로 폭락했다. 비트코인 역대 최저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2017년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린 주체가 개인의 ‘묻지마 투자’였다면, 지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접근하는 기관과 큰손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매수세를 유지하는 한 급락은 없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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