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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2022]보수적인 유럽에 변화의 바람…"친환경이 대세"

김상윤 기자I 2022.09.04 17:19:28

보쉬·밀레, 에너지효율 제품 전면에
삼성, 기기간 연결로 에너지 효율↑
LG, 폐전자기기서 재생플라스틱 추출
"에너지 효율 높은 제품에 지갑 연다"

[베를린(독일)=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유럽 가전제품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IFA 2022’. 지멘스, 보쉬, 밀레 등 유럽 가전업체들의 제품은 여전히 ‘백색가전’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가 ‘비스포크’, LG전자는 ‘오브제컬렉션’ 등을 대거 출시하며 ‘컬러가전’이 대세가 된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전시장에서 만난 보쉬 관계자는 “유럽인들은 가전제품에 대한 취향이 상당히 보수적이라 제품 형태나 색상 등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곳도 이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의 원천은 기후변화다. 최악의 폭염에 강물이 마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자 에너지효율과 친환경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독일 가전업체 밀레 전시장에는 나무가 곳곳에 심어져 있었다. 부스 섹션도 재사용이 가능한 카펫과 종이를 썼고, 일회용 제품 사용은 최소화했다. 에너지 사용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밀레앳홈’(Miele@Home)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고 최고 등급 에너지 효율 ‘K 4000’ 프리스탠딩 냉장고 등을 주력상품으로 전시했다. 밀레 관계자는 “제조업체 전기사용량을 줄이고,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데 나아가 소비자 행동 패턴을 바꾸는 데 중점을 둔다”면서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지 못하면 기업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레는 IFA2022 전시장에서 곳곳에 나무를 심어 넣고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내세웠다. (사진=김상윤 기자)
유럽시장 공략...삼성·LG도 친환경 제품 전면에

집안 내 전기제품을 서로 연결해 에너지 효율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스마트홈은 가전업체들 사이에서 필수가 됐다. 독일 지멘스는 태양광, 히트펌프, 스마트기기 등을 연동해 집안 내 에너지를 절감하고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홈 커넥트’ 기술을 선보였다.

국내 기업들도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웠다. 유럽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 삼성전자는 ‘에너지 효율 1위 가전 브랜드’가 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내년 말까지 유럽에서 판매하는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대부분 제품에 와이파이(Wi-Fi)를 탑재하고 기기 간 연결 플랫폼인 ‘스마트싱스’를 통해 전력량을 손쉽게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전력량이 많은 시간대에는 ‘AI(인공지능)절약모드’를 작동해 세탁기와 건조기는 각각 최대 70%와 20%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태양광 업체인 한화큐셀과 협업해 ‘넷 제로 홈’(Net Zero Home)도 구축했다. 태양광 효율이 높은 시간대에는 집안에서 돌리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밤에는 배터리 전력을 쓰거나 저전력모드로 가전제품을 돌리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에너지를 제로로 쓰는 주택을 만들고자 한다”면서 “모든 기기들을 연동한 후 AI를 통해 가장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LG전자도 폐전자기기에서 재생 플라스틱을 추출해 만든 공기청정기 ‘LG 퓨리케어 에어로퍼니처’를, 에너지효율 A등급보다 연간 소비전력량을 10% 낮춘 ‘2도어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모던엣지 냉장고)를 선보였다. 동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적은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를 탑재한 덕분이다.

삼성전자가 IFA2022에서 선보인 스마트싱스 에너지 관리 시스템 (사진=김상윤 기자)
“친환경 제품에 기꺼이 지갑 열겠다”

기업들이 이렇게 지속 가능한 제품 판매에 나선 것은 소비 패턴의 변화 때문이다. 독일가전통신전자협회(GFU)에 따르면 유럽 소비자들은 에너지 효율이 등급이 2단계 높은 제품에 평균 36%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었다. 또 고장 난 제품을 교체할 수 있는 제품에는 25% 비용을 추가해도 살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LG전자가 올해 초 제시한 ‘UP’가전처럼 지속적으로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제품을 오래 쓸 수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다는 얘기다.

전시장에서 만난 소규모 가전제품 유통업체 직원인 야나 나리타 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전기요금이 폭등해 집안에 불을 켜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라며 “가전제품은 한번 쓰면 오래 쓰는 터라 에너지효율이 높은 최신 가전제품을 만든 기업일수록 소비자의 지갑을 더욱 열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보쉬 역시 음식물을 오래 신선하게 유지해 음식물 쓰레기를 방지하고 이산화탄소를 33% 줄일 수 있는 냉장고를 선보였다. (사진=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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