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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례에서 살펴봐야 할 쟁점은 셋이다. △수습기간 중 근로 종료나, 수습기간이 끝난 뒤 본채용 거부를 해고로 볼 수 있는지, △회사가 A씨에 대해 본채용을 거부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본채용 거부 절차는 정당하게 이뤄졌는지이다.
먼저 수습기간이라고 해도 정식으로 채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근로계약관계는 성립한다. 법원 판례를 보면 사용자가 정식 채용을 전제로 수습기간을 두는 것은 해당 근로자의 직업 능력이나 업무 적격성을 판단하기 위한 절차로, 확정적인 근로계약 체결을 유보하는 것이지만 이 역시 근로계약에 해당하는 만큼 수습기간 중이나 종료 후 정식 채용을 거절하는 것은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 ‘해고’에 해당한다.
두 번째 쟁점은 해고 사유의 정당성이다
A씨에 대한 1차 실무진 평가에서 담당 차장은 98점(S등급)을, 부장은 93점(S등급)을 줬다. 반면 실장의 평가점수는 77점(B등급)에 그쳤다.
A씨 상급자인 차장과 부장은 A씨에 대해 “업무 이해도가 탁월하다. 책임감이 강하고 주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오해를 푼다. 맡은 바 업무를 끝까지 진행하고 타부서 직원들과도 잘 교류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실장은 “디자인 경쟁력에서 많이 밀린다. 디자인 방향성에 대한 협의 등이 진행되는지 의문이 있다. 사업부서 기획자와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 경영진은 회의에서 사업부를 총괄하는 실장의 의견을 반영해 수습 기간 종료후 A씨를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법원은 수습기간중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수습기간 종료후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사용자의 재량권을 상대적으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수습제도가 해당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 적격성을 관찰·판단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취지와 목적을 감안할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고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노동위원회는 이 회사가 A씨 본채용을 거부한 사유가 특정되지 않고 수습평가표에 명시된 평가내용도 주관적이거나 명확하지 않다며 ‘본채용을 거부할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수습직원 평가표에 ‘회차별 평가결과를 합산해 종합 평균 A등급 이상이면 정규직 채용’이라고 명시하고 있고 부·차장과 실장의 점수를 합산하면 수습평가 평균 점수는 89.3점(A등급)으로 합격점이라는 점도 본채용 거부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정한 이유 중 하나다.
세번째, 해고 절차에 하자는 없었냐이다.
근로기준법 27조에서 근로자를 해고할 때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한 이유는 해고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는 근로자 처지에서 해고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 해고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회사는 A씨에게 전달한 해고통지서에 “수습평가 결과가 사내 통상적 기준에 미달해 계속 근로가 부적당하다고 판단한다”고만 기재했다.
노동위는 회사가 수습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를 하지 않았고, 수습평가 취지에 따른 피드백도 없었으며 해고통지서에도 구체적인 사유를 기재하지 않는 등 절차상에도 하자가 있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노동위는 초심과 재심 모두 이 회사의 본 채용 거부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