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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비웃는 전세가'…입주아파트 전셋값 폭등

황현규 기자I 2020.08.12 06:00:00

고양 삼송역현대헤리억 전셋값 5억 2000만원
3년전 분양가보다 1억 넘게 높아…10월 입주
전셋값으로 잔금 치르고도 돈 남아
임대차3법 등 전세 매물 귀해지면서 ‘기현상’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이달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힐스테이트신촌’ 전용 42㎡짜리 아파트 전셋값은 5억원이다. 2018년 7월 분양 당시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4억 500만원으로, 현재 전셋값이 분양 가격을 넘어섰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3억원 후반대에 전세계약이 이뤄졌지만, 최근 들어 집주인들이 호가를 확 올렸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전세품귀현상이 확산되면서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 가운데 전셋값이 분양가를 뛰어넘은 역전 현상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보통 새 아파트는 집주인이 잔금을 치르기 전 세입자를 빨리 구하기 위해 전셋값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임대차3법 등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귀해지면서 집주인들의 콧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마음 급한 세입자 vs 느긋한 집주인…“비싸게 내놔도 나가더라”


높은 전셋가격에도 매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북아현동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소형 평수는 가구 수가 적어 매물이 귀하다”며 “신축 아파트 프리미엄까지 더해져서 집주인들은 ‘어차피 매물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호가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9월 입주를 압둔 강동구 고덕센트럴푸르지오의 전셋값도 분양가만큼 올라와있다. 전용 59㎡ 전셋값은 최대 6억 5000만원으로 분양가인 6억 5200만원~6억 6000만원 턱밑까지 쫓아왔다. 지난 6월까지만해도 4억 후반대의 전세 매물도 종종 나왔지만, 지금은 전셋값이 6억원대로 치솟았다.

서울만이 아니다. 오는 10월 입주를 앞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삼송역 현대헤리엇’ 아파트 전셋값이 분양가보다 1억원 가량 높게 형성돼 파장이 일고 있다. 전용면적 59㎡짜리 전세 가격은 현재 4억 5000만원에서 5억 2000만원 사이다. 2017년 9월 분양 당시 분양가가 3억 6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1억원 높은 가격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인데다가 전세 매물이 귀하다보니 집주인들이 호가를 계속 높인다”며 “5억원이 넘는 전세 매물도 흔하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서울 입주 물량 줄어드는데…”

입주 아파트 전셋값은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는 목적으로 시세보다 싸게 내놓는 경우가 흔하다. 이 때문에 입주 아파트 전셋값은 2년 전 분양가보다 낮은 게 일반적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올해 입주1년차 이하 아파트(이하 신축아파트)의 분양가 대비 전세가율은 전국 76.6%, 서울 86.3%로 조사됐다.

그러나 저금리·임대차3법 등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귀해지면서 분양가를 전셋값이 추월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임대차3법으로 2년 갱신이 가능해지고 인상율이 5%로 제한되면서 전셋값을 애초에 크게 높이자는 집주인들의 심리도 반영됐다. 결과적으로 집주인들은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잔금을 모두 전셋값으로 충당하는 게 가능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서울 입주 아파트 물량이 전년도 대비 감소하는 만큼 분양가를 추월한 전세 매물이 잇따라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8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입주 물량은 2만 599가구로 지난해(2만 2618가구)에 비해 8%감소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입주 아파트 전셋값은 시세, 공급물량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시세가 많이 오르고 매물이 적으면 분양가를 따라 잡는 것은 순식간”이라며 “앞으로도 전셋값이 분양가를 추월하는 사례는 흔하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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