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기존 은퇴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가게를 만들고 있다. 온라인으로 마케팅하고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고객과 소통한다. 기존 프랜차이즈 창업의 한계도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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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바람은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상위권 업체들을 중심으로 창업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과거 주류였던 50대 은퇴 세대보다 요즘은 40대가 더 많다. 20~30대 비중도 적지 않다.
이렇듯 젊은 사장님이 늘자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매출 기준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에프엔비는 지난달 22일 경기도 오산시 원동에 가맹점 교육과 연구·개발(R&D) 등을 하는 ‘정구관’을 건립했다. 연면적 3719㎡(약 1125평)에 4층 규모인 정구관에는 전에 없던 시설 하나가 생겼다. 키즈존이다.
30대 가맹점주와 창업 희망자들이 늘면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했다. 교촌 관계자는 “신규 가맹점주 중에서 20~30대 점주 수가 최근 3년 사이 20%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정구관 옆에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콘도급 시설 ‘교촌빌’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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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2017년 신규 가맹점주 중 50대 비중은 38%로 가장 많았다. 이 숫자는 지난해 36%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32%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40대는 29%에서 32%, 올해는 35%로 늘었다.
억(億) 단위 창업비용이 드는 치킨 프랜차이즈와 달리 예비 창업자 사이에서는 30대 비율이 높은 편이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외식 창업자들을 위해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 ‘배민아카데미’에 따르면 20~30대 수강생 비중은 57%(2019년 1월 기준)다. 이중 30대가 37%, 20대가 20%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은퇴자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외식 창업 시장에 젊은 세대의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들은 자기 매장을 갖는 것을 커리어의 시작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공유주방·배달전용매장…진입장벽 낮아져
외식업계에서는 창업 연령이 낮아지는 이유 중 하나로 비관적인 경기 전망을 꼽는다. 취업문이 막힌 20대, 질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30대가 창업시장의 문을 두드린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을수록 경력이 없는 20대와 은퇴 직전의 세대가 창업시장으로 몰린다”면서 “일자리 잡기가 쉽지 않은 연령대”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 9월 26일 발표한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을 보면 올 1분기 회사 법인이 창출한 임금 일자리는 10만3000개로 작년 1분기(17만8000개)보다 42.1% 감소했다.
반면 일자리를 구하는 20~30대 숫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 집계 지난 8월 기준 20~29세 1년 내 취·창업 의사가 있는 인원수는 108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86만5000명) 대비 25.3% 증가했다. 30~39세 취·창업 의사가 있는 사람 수도 54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48만1000명) 대비 12.9% 증가했다.
이러다보니 나 홀로 창업에 나서는 20~30대가 늘 수밖에 없었다. 지난 9월 기준 청년 1인 창업자 수는 59만366명(20~30대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2월(54만4012명)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 이런 창업 붐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 때 주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대던 2009년에도 젊은 층의 창업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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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은 공유주방, 배달전용매장 등의 증가로 창업 자금 규모가 줄었다. 한 예로 프랜차이즈 창업의 경우 최소 1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공유주방은 1000만원 미만의 자금만 갖고도 시작할 수 있다.
젊은 층의 외식업 창업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카페나 디저트류처럼 비교적 요리하기 쉬운 업종으로 창업자가 몰린다는 사실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노동 강도가 약한 쪽으로 젊은 층이 몰리는 상황은 어디나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