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선물가액 20만원 상향 논란…"농어촌 도와야" Vs "원칙 허물어"

이명철 기자I 2021.01.05 00:00:00

국회 농해수위, 권익위에 선물가액 20만원으로 상향 요구
작년 추석 한시 상향, 20만원 초과 선물 판매액 20% 증가
시행령 개정 등 절차 거쳐야…농어업계 “빠를수록 효과 커”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농어업계에서는 올해 설 명절 ‘김영란법(청탁금지법)’상 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미 지난 추석 때 소비 개선 효과를 본 만큼 명절 때만이라도 상향을 제도화해 농수산물 소비를 활성화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도 필요성에 공감하며 정부측에 제도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28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고속버스 배송으로 보낸 추석 선물세트 등 택배가 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더 악화한 코로나 사태, 농어업계 지원 시급

4일 국회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조만간 전체회의를 열고 이번 설 명절 청탁금지법상 농수산물 선물 가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마련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농해수위원장인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추석과 지금을 비교하면 코로나19 상황이 호전했다기보다 오히려 더 나빠진 상황”이라며 “상황이 위중한 만큼 (농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청탁금지법에서는 농축수산물의 선물 가액을 1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청렴 사회를 위해 비싼 가격의 선물을 지양하자는 취지지만 우리 농축수산물의 소비가 제약을 받아 경영상 어려움이 크다고 농어업인들은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되고 고향 방문도 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권익위는 추석 명절에 한해 선물가액을 20만원으로 한시 상향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효과는 컸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명절 전후 한달간(9월 5~10월 4일) 8개 유통업체(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의 농수산식품 선물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7% 증가했다.

고향을 가지 않는 대신 선물을 보내려는 수요가 늘기도 했지만 청탁금지법상 선물 가액 한도로 구매 범위가 더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당시 가격대별로는 10만원 초과~20만원 이하 선물의 판매액이 전년동기대비 10.3% 늘었다. 한우 등 축산물(4.9%)과 사과·배 등 과일(48.6%)의 선물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도 지난해 9월 28일 추석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청탁금지법상 선물 상한액 상향에 대해 “축산물·과일·가공제품 등의 판매가 늘어 수요 진작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의 농수산물 선물 가액 범위를 한시 조정한 사례를 지난해 적극 행정 우수사례로 선정하기도 했다.

“명절 때마다 한시 상향 제도화해야” 요구도

농어업계에서도 농수산물 선물 가액과 관련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농업인 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은 지난달 15일 권익위가 운영하는 국민참여포털인 국민신문고를 통해 청탁금지법 시행령을 개정할 것을 공개 제안했다. 매년 설·추석 명절 기간 청탁금지법상 농축산 선물가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산림조합중앙회도 같은날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을 상향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 건의문을 권익위에 전달했다.

특히 이번 설 명절을 한달여 가량 앞둔 상황에서 상향을 빠르게 결정할수록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물 가액 범위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권익위가 시행령 개정을 의결해야 하는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석 때 권익위가 선물 가액을 상향한 날은 9월 10일로 추석 연휴가 시작한 30일을 20일 남겨둔 시기였다. 기업들이 통상 명절 한달 전부터 선물 구성을 완료하는 것을 감안하면 선물 가액 조정에 대응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올해는 설 명절 연휴(2월 11~14일)에 앞서 한달 이상 여유를 두고 미리 선물 가액을 높여야 한다고 농어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추가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명절 때마다 선물 가액 상향을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농연 관계자는 “농축산물 시장 개방 확대 등 환경·여건 변화로 국산 농산물 소비가 지속 감소해 명절 대목 시장 대한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농축산 선물 가액 한도를 늘릴 경우 별도 사회적 비용 없이 소비 증진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위는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이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선물가액 상향과 관련해 “지난 (추석) 결정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경제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있지만 권익위가 원칙을 허물어 부패방지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많았다”며 “모든 가치를 신중히 검토하고 국민의 여론 수렴과 관계기관 협의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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