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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근절돼야 할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 횡포'

논설 위원I 2020.05.27 05:00:00
경찰 당국이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 횡포’ 단속에 나섰다고 한다. 갑질 시비가 벌어질 경우 피해 당사자는 물론 이 장면을 목격한 주민들에게도 신고를 받겠다는 것이다. 관련조서 작성 때 익명성을 보장함으로써 추후 보복 가능성도 없앴다고 한다. 최근 서울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입주민과 시비가 벌어진 끝에 억울함과 두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극한 선택에 이른 불행한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일단 서울에서만 적용되는 조치지만 경찰이 단속에 나섰다는 자체로 의미가 작지 않다.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들에 대해 횡포를 부리는 행태는 벌써 오래전부터의 폐단이다. 걸핏하면 반말과 욕지거리에 심지어 멱살을 잡아끄는 폭력사태까지 벌어지는 게 숨김없는 현실이다. 이번 우이동 아파트 경비원의 경우 시비 과정에서 코뼈가 부러졌는데도 해당 입주민이 쌍방 폭행을 이유로 자신의 치료비까지 요구함에 따라 경제·심리적인 압박까지 받게 된 것이다. 경찰이 해당 입주민을 소환 조사한 끝에 구속 조치한 데서도 사안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경비원 갑질사건이 접수될 경우 형사과에서 전담토록 한다는 점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경찰의 단호한 의지를 확인하게 된다. 형사과에서 다루는 살인·강도·폭행·방화 등의 경우처럼 강력사건 차원에서 엄중히 다루겠다는 것이다. 경비원들의 사회적 지위가 보잘것 없다고 해서 기본 인권까지 무시당하는 경우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아파트 단지뿐만 아니라 일반 대형건물이나 시설의 관리용역원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얘기다.

그러나 경찰의 단속에 앞서 입주민들 스스로 이런 불미스런 사례가 더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서로 주의를 기울이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려면 마치 상전이 머슴 부리듯이 온갖 허드렛일에 있어서까지 경비원들에게 처리를 요구하는 관행이 먼저 근절돼야 한다. 노동 당국도 경비원들의 업무 영역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경비원들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경비원들도 엄연히 고용계약에 의해 근무하는 직장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그 출발점이다.

아파트 경비원 `갑질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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