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이자도 괜찮다'…은행예금 한달새 1조원 몰려

김유성 기자I 2020.02.21 06:00:08

투자할 곳 없는 시중 유동성 0%대 금리도 감수하고 은행에 몰려
높아진 금융파생상품 불신, 낮아진 경기 기대감 → 은행 예금 인기↑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예금 이자율이 0%대까지 떨어졌지만, 은행 예금 상품에 대한 선호도는 식지 않고 있다.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달간 시중은행 정기예금에 1조원 몰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 들어 시중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조2639억원(0.2% 증가) 증가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646조810억원이었던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1월말 647조3449억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1월 한달 동안에만 0.2% 늘었다.

이중 KB국민은행의 1월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140조4916억원으로 0.8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시중 5대 은행 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122조6233억원으로 전월(122조2141억원) 대비 0.33%(4092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예금과 신탁상품 판매 호조로 신한은행의 원화 기준 총수신액은 전월 대비 0.51%(1조4677억원) 늘어난 289조3881억원으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 역시 지난 정기예금 잔액이 지난 한 달 사이 0.73%(2019년 12월말 128조9054억→2020년 1월말 129조8463억원) 증가했다. 하나은행도 정기예금 잔액이 1월 한 달간 0.54% 증가하는 등 호조를 이뤘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금리 0%대 예금 상품 더 많아져

예금 증가는 기본금리 0%대에 불과한 예금 상품 숫자가 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지난주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일부 예금 상품의 금리를 낮췄다. 우리은행은 가입기간에 따라 0.5~0.9%였던 ‘WON 예금’의 금리를 0.5~0.87%로 내렸다. 12개월 만기 기준 기본금리는 연 0.84%다.

국민은행도 ‘국민수퍼정기예금 단위기간금리연동형’ 상품의 연동단위기간(1~6개월) 금리를 0.7~1.1%에서 0.6~1%로 내렸다. 이외 대부분의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조금씩 낮추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0%대 예금 상품 숫자는 더 많아질 수 있다. 물가 상승률과 세금(이자의 15.4%)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드는 것이다.

금리는 낮아지도 은행 예금을 찾는 고객은 여전히 많다. 은행권 관계자는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시중의 유동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몰리는 것”이라면서 “이율이 낮더라도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지향 상품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경기에 대한 불안심리도 예금 수요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이는 기준금리 추이와 은행들의 예수금 증가율을 비교해보면 쉽게 드러난다.

실제 금리 하강기였던 2012년과 2015년, 2016년에 전국 은행의 예수신 잔액 증가율은 10%를 넘겼다. 금리 상승기였던 2017년 되레 예수신 증가율 폭이 줄었다.

은행들은 예금 수요 증가가 반가운 눈치다. 올 1월부터 예대율 규제를 받기 때문에 예수신 규모를 늘려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예대율은 예금 대비 대출금 잔액 비율을 뜻한다. 은행들이 조달한 예수금을 초과해 대출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지표다. 예금보다 대출이 많아져 예대율 100%가 넘은 은행들은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된다. 예금 금리를 낮춰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몰려드는 예금 수요 덕분에 예대율 규제 걱정을 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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