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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이 가야할 길

논설 위원I 2016.05.11 06:00:00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조선노동당 위원장 등극은 김일성, 김정일에 이은 3대 세습 체제의 완성을 의미한다. 북한이 지난 6일 제7차 당대회를 개막하면서 ‘최고 수위(首位)’로 포장했던 당위원장은 김일성이 1949년 북조선노동당과 남조선노동당을 조선노동당으로 통합하면서 스스로 썼던 감투다.

이로써 복장과 말투, 걸음새 등에서 할아버지를 흉내 내는 김정은의 ‘김일성 따라 하기’가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부족한 정통성과 권위를 ‘김일성 향수’로 메우려는 속셈이다. 당 산하에 여러 위원회가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당위원장이란 칭호를 택한 것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비서의 직책 승계를 피하면서 이들과 동급 반열에 올랐음을 은근히 내비친 의도로 읽힌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0일 평양 인민대학습당 발코니에서 제7차 노동당 대회 폐막을 기념하는 김일성 광장의 군중 시위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BBNews)
아버지 김정일은 한 번도 열지 않았던 당대회를 36년 만에 소집한 것도 ‘김정은 시대’의 본격 개막을 대내외에 선포하려는 뜻이었다. 비서국 폐지와 정무국 신설 등의 조직개편과 함께 심복들을 요직에 앉힌 것을 보면 목적은 거의 달성한 듯하다. 그러나 핵심은 호칭이나 조직이 아니라 대남 전략이다. 김 위원장은 당대회 내내 핵무장을 강조하면서 세계의 비핵화에 기여하겠다며 자기모순을 드러냈고 노동신문은 어제 ‘경제와 핵 병진’을 당규약에 명문화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대남 대화 제스처를 선전 공세로 일축하고 북핵 강행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다짐했다. 미국과 일본은 비핵화 약속 이행을 촉구했고, 중국은 한술 더 떠 “한반도 비핵화라는 시대 조류에 맞추라”며 북한을 압박하고 유엔안보리의 대북 결의 준수를 관련국들에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남북 공존과 공영을 통해 통일에 기여한 민족의 영웅으로 거듭날 것인가, 아니면 ‘핵 불장난’으로 할아버지가 저지른 천추의 한을 되풀이한 민족의 역적으로 기억될 것인가가 애오라지 그의 판단에 달렸다. 이런 맥락에서 핵을 포기하고 번영의 길을 택한 이란은 그에게 더없이 훌륭한 교범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사회가 단단히 뭉쳐야 한다. 행여나 남남 갈등으로 그의 오판을 부추기는 한심한 작태가 재연돼선 결코 안 된다.

北 36년 만의 노동당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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