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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홍남기의 SNS 소신, 빈말 안되려면

이진철 기자I 2020.08.04 00:00:20

SNS 활용해 정책 소통.. "다주택자 멍에 놓았다" 언급도
경제상황과 정책 간극 줄이는 노력 적극 나서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기재부 제공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여느 정치인·관료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활용해 정책 소통에 나선다. 홍 부총리가 SNS에 올리는 글은 경제콘트롤타워의 분석과 견해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홍 부총리의 SNS 글은 점심시간이나 퇴근 이후, 주말에만 올라온다. 바쁜 업무시간에 SNS를 한다는 오해를 받기 싫어서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홍 부총리의 SNS 글은 신변잡기 내용보다 경제정책과 관련한 단상 일색이다. 그런데 지난달 9일에는 ‘1주택자가 아니라는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고위공직자 다주택 논란이 커지면서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인 경기도 의왕시 보유 아파트를 팔겠다는 내용이었다. 의왕시 아파트와 세종에 분양권을 보유한 ‘1주택+1분양권자’였으나 공직자 다주택 지적을 받아 원래 갖고 있던 의왕시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제 그동안 마음의 무거움을 주었던 그 멍에를 내려놓는다”고 밝히며 보기 드물게 자신의 집과 관련된 개인사를 SNS에 언급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다주택 공무원을 겨냥해 ‘돈과 권력 중 하나만 가지라’고 했다는데 홍 부총리는 집을 팔았으니 권력을 택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SNS를 통해 평소 정책단상을 얘기하다가 집 팔았다고 글을 올린 것은 앞으로 정책 당국자로서 국민에게 본인의 소신을 알린 것에 더 의미를 두었을 것이다.

홍 부총리는 취임 1년8개월을 맞는다. 이명박 정부 때의 윤증현 전 장관(842일)과 박재완 전 장관(660일)의 뒤를 이어 가장 오랜 기간 기재부 장관을 수행했다. 남은 재임 기간에 따라서는 앞선 기록을 깨고 최장수 경제부총리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장수 장관 기록 못지않게 홍 부총리는 1972년 이후 48년 만에 한 해에 세차례 추경 편성을 진두지휘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3차 추경은 35조1000억원의 역대 가장 큰 규모였다.

역대급 기록을 남기고 있는 홍 부총리지만 정작 자신이 취임 당시 공언했던 정책들은 잠자고 있다.

홍 부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매년 반복되는 노사간 갈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입법은 20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폐기됐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는 올해도 파행을 반복했지만 재입법안에 대해선 아직 언급이 없다.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타다’와 같은 신산업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한걸음 모델’의 성공사례로 만들겠다고 제시했지만 아직은 기대했던 성과는 없는 형편이다. 최근 부동산 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국회입법을 추진하는 거대 여당에 끌려다니는 인상도 없지 않다.

코로나19발 경제위기에 나라빚은 늘고 부동산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다. 홍 부총리가 최장수 부총리로 가는 길에서 경제상황과 정책의 간극을 줄이는 노력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SNS에서 본인의 소신을 얘기했듯 실제 정책 집행에서도 적극적인 면모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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