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나와라 뚝딱]삼성전자, ‘7만전자’서 달릴까 말까

이지현 기자I 2021.05.19 09:21:10

한달간 외국인 5조원어치 기관 1조원어치 순매도
개미 6兆 담으며 급락 막았지만 상승 전환은 역부족
백악관 회의에 쏠리는 눈 삼성전자 상승 동력될까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즐겨보는 주식투자 관련 온라인카페에 최근 흥미로운 설문이 올라왔습니다. ‘7만전자’ 문턱에 있는 삼성전자의 매수 여부에 대한 물음이었습니다. 235명이 참여한 가운데 75.7%(178)가 ‘매수한다’에 투표했습니다. 24.3%(52명)만 ‘안 한다’라고 답했습니다.

이같은 결과는 개인투자자들이 여전히 삼성전자의 경우 저렴할 때 사둬야 하는 종목으로 보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가장 저렴할 때가 언제인지를 아는 이가 드물어 지금이 사야 할 때인지, 팔아야 할 때인지를 판단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외국인 “차익실현 팔자”…개미 “영차 영차 담자”

삼성전자는 코스피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장주입니다. 삼성전자가 오르면 코스피 시장도 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1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8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8.53포인트(1.23%) 오른 3173.05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코스피가 오른 만큼 삼성전자도 올랐을 거로 추측할 수 있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7만9100원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는 하락폭을 줄이며 상승 전환에 성공 8만원을 터치했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서 7만96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전 거래일과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표=마켓포인트 제공
삼성전자의 약세 원인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21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매수에 나선 것은 4거래일에 불과합니다. 적게는 200억원대에서 많게는 1조1400억원대 매물을 하루에 쏟아내며 하락을 부추겼습니다. 이렇게 내놓은 순매도 규모만 5조2398억원에 이릅니다.

기관 등도 4거래일을 제외하곤 1조4596억원어치 순매도 행진을 보여왔습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시장에 나오는 물량을 모두 받아내며 6조6165억원어치를 담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저렴할 때 사두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20일 상승 동력 당겨질까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에도 ‘8만전자’ 회복이 요원하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같은 사실이 뉴욕 증시에 전해지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에 편입된 장비주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삼성전자도 전날 7만8500원까지 내려갔다가 하루만에 8만100원을 회복했지만, 잠시뿐이었습니다. 바로 다음날 주가는 다시 7만원대로 내려 앉았습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 주가 부진과 대만 증시 약세의 경우 지난 4월 말 애플 실적 발표 당시 가이던스를 주지 않은 것과 관련이 높아 보인다”며 “2분기 테크수요 피크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소비 수요가 비대면(언택트)에서 대면(컨택트)로 이동했습니다. 비대면 상황에서 필요했던 노트북과 핸드폰, TV 등 가전제품 수요가 최근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반면, 자동차, 여행 관련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수급 변화를 먼저 감지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투자전문가들은 아직 삼성전자의 상승 동력이 꺼지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백악관이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다시 불렀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달에 이어 백악관에서 두번째 반도체 대책 회의를 열면서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을 다시 찾은 것입니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 회의를 정점으로 단기 고점 형성될 수 있으니 유의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의 당분간 추이를 더 살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개인투자자의 저가 매수 인식과 공매도 변수 그리고 목표주가대비 안전마진 등을 고려해야 한다. 주가 조정이 선행적으로 크게 발생하면 트레이딩 전략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삼성전자의 전망은 맑습니다. 올 하반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8조원으로 예상돼 상반기(19조5000억원) 대비 43.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입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재고 증가 우려가 완화되고 하반기 큰 폭의 실적 개선 전망을 고려할 때 향후 삼성전자 주가는 단기 조정 후 재반등이 예상된다”고 예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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