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배진솔의 전자사전]"물관리 잘하네"…반도체 생산에 물이 핵심?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배진솔 기자I 2020.06.13 06:55:39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는 ''초순수''이용
한외여과기·역삼투공정을 거쳐 ''폐수''관리
방류한 물로 개천이 살아나 수달도 서식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인간은 물론 지구 상 모든 생명의 근원인 물. 물은 지구뿐만 아니라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자원입니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반도체 제조에서도 물은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부스러기 하나도 용납할 수 없는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하는 물은 ‘초순수’라고 부릅니다. 이 물은 너무 깨끗해서 사람이 먹으면 안 될 정도라고 하는데요. 오늘 ‘배진솔의 전자사전’에서는 반도체와 물의 ‘순수’한 세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재활용 시스템 (사진=SK하이닉스)
‘초순수’…전기전도도와 불순물 없애 반도체 수율 높여

초순수는 물속에 들어 있는 이온, 미립자, 염소, 이산화규소 등을 제거한 고도로 정제된 물입니다. 이렇게 고도로 정제된 물을 쓰는 이유는 물속에 전기 전도도나 불순물을 최대한 낮은값으로 억제하기 위해서입니다. 반도체는 미세한 먼지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초순수는 반도체 공정에서 수많은 공정 전후에 진행되는 세정 작업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이른바 8대 공정이라고 불리는 반복적인 과정에서 초순수는 여기서 ‘세척제’ 같은 역할을 합니다. 식각공정 이후 웨이퍼를 깎고 남은 부스러기를 씻어내기도 하고, 이온주입공정 이후 남은 이온을 씻어내기도 하죠. 웨이퍼 연마나 웨이퍼를 절단할 때도 초순수 물을 사용합니다. 각 공정 전후에 남아 있는 작은 입자 하나도 깨끗이 씻어내 청정도를 확보하고 반도체 생산성, 즉 수율을 높이는 것이죠. 그래서 반도체 공정에서는 ‘물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럼 이 물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폐수’ 관리가 ‘물관리’의 핵심

먼저 반도체 제조업의 물관리는 크게 세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적정 공급 수질과 수량을 관리하는 용수 분야 △공정과 설비에서 배출되는 폐수를 처리하는 폐수 관리 분야 △효과적인 용수 확보를 위한 재활용 분야입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사업장은 용수 공급이 원활한 곳에 자리 잡고 직접 끌어올려 사용하는데요. 이 세 가지 분류에서도 볼 수 있듯이 효과적인 용수 확보를 위해서는 썼던 물인 ‘폐수’를 잘 관리해서 재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댐에서 끌어올린 물을 한국수자원공사 등으로부터 원수 내 세균과 전용 함유 농도(TDS), 입자를 제거해 공업용수로 공급받습니다. 이 공업용수는 일반적인 생활용수로 사용하기도 하고 냉각탑을 이용해 냉각수로도 활용합니다. 초순수 처리 과정을 거쳐 모든 입자를 걸러내 초순수로도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반도체 처리 과정에서 쓴 폐수는 활성탄이나 총인 제거 설비 등 고도처리 방식이 포함된 시스템에 의해 처리해 일부는 다시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재활용하고 일부는 다시 방류합니다.

예를 들면 SK하이닉스는 폐수처리장에서는 한외여과기와 역삼투공정을 거쳐 폐수를 공업용수 수준으로 처리한 후 다시 필요한 곳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한외여과기 공정은 2나노미터(nm·10억분의 1m)까지 여과하는 필터 처리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역삼투공정은 삼투압보다 강한 압력을 통해서 깨끗한 물을 얻습니다. 이것은 주로 바닷물을 정수하는 데 사용하는 방식으로 고도화된 정수처리시스템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왠지 사용한 물을 자연으로 방류하면 그 주변 환경이 파괴될까 걱정하실 수도 있는데요. 놀랍게도 오히려 주변 하천 수질개선으로 최근 수달 같은 청정구역에만 서식하는 희귀한 야생동물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이 있는 나노시티 기흥캠퍼스에서 청정 정수처리시스템을 거쳐 하절기 기준 매일 4만t의 물을 방류했다고 하는데요. 이것이 오히려 오산천의 수량을 풍부하게 만들고 물을 맑게 만들어서 그 주변에 수달을 비롯한 어류와 조류 등 다양한 생물들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초순수를 만드는 것부터 사용된 물을 후속 관리하는 것까지가 물관리의 전 과정이 우리 환경을 더욱 깨끗하게 만들 수도 있겠네요.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