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미술관장 "이건희컬렉션, 지방 미술관도 챙겨 감사"

김은비 기자I 2021.05.10 06:00:00
[양구(강원)=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귀한 작품을 국가에 기증하고, 지방의 작은 미술관까지 챙긴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너무 감사하다.”

[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지난 1일부터 강원 양구 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린 특별전 ‘한가한 봄 날, 고향으로 돌아온 아기 업은 소녀’에 고(故)이건희 회장에 대한 감사 문구가 걸려있다.
엄선미 박수근미술관 관장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미술품이 기증되고 그 중 박수근 작가의 작품 18점을 받아 전시하게 된 것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엄 관장은 7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작품을 모으는 것이 특히 어려웠는데 좋은 작품을 기부받아서 너무 기쁘다”며 “로또 맞은 기분”이라고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엄 관장은 인턴으로 시작해 관장이 되기까지 12년간 박수근 미술관을 지켜왔다. 그는 “박 작가를 너무 존경해 수행하는 기분으로 미술관에서 근무를 해왔다”고 말했다. 미술관은 지난 20여년간 매년 양구군 예산으로 작가의 작품을 최소 한점이라도 매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드로잉에만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작품들이다보니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다수의 작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엄 관장은 기증자 측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기증 과정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박 작가의 작품의 가치를 오래도록 남기겠다”는 말로 고마움을 대신했다. 특히 기증작 중 ‘아기를 업은 소녀’에 대해서는 “시리즈 10점 중 소녀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2점 중 하나”라고 가치를 설명하며 “실제로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해외로 반출됐다가 돌아온 ‘한일’에 대해서는 “박 작가의 작품이 더이상 해외에서 떠돌지 않고 한국으로, 그것도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더욱 감회가 새롭다”고 털어놨다.

엄 관장은 “박수근미술관과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를 소장자 측도 인정해서 안심하고 귀한 그림을 기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술관 개장 초기 군 예산으로 작품을 사는 것에 반대하던 주민들도 있었지만 얼마 후부터 응원과 칭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엄 관장은 기증의 의미를 살려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작품을 나누겠다는 방침이다. 미술관은 추후 이번 기증작들에 대한 연구를 거친 후 도록을 제작할 예정이다. 이번 특별전은 10월 17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엄 관장은 “내후년에는 미술관에 기증홀을 새롭게 만들어 이 회장의 기증작을 따로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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