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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교과서 집필진 명단은 공개해야

논설 위원I 2015.11.10 03:00:00
국정화로 추진되는 역사교과서의 집필진 공개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집필진 명단을 미리 공개할 경우 사회적으로 과도한 눈길이 쏠릴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집필진 각자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는 않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공개 원칙은 지키되 유연성을 갖고 임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시각을 반영한다. 비공개에 더 무게가 쏠린 발언임은 물론이다.

더욱이 대표 집필진으로 초빙됐던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미 성희롱 의혹으로 불명예 사퇴하는 일이 벌어짐으로써 이런 우려가 증폭되는 것도 사실이다. 본인은 집필에 의욕을 갖고 있었으나 제자들이 몰려와 참여를 만류하기도 했다. 만만치 않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작업을 추진해야 하는 여건에서 시작 단계서부터 난관에 부딪친 셈이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국정화 교과서는 검인정 체제에서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자고 추진하는 작업이다. 사회적으로 명분도 충분하다. 집필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임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채 집필에 들어간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황 부총리는 “다툼이 커지면 학문만 하시던 분들은 소신껏 하시기가 힘들다”고 우려를 나타냈지만, 실제로 그렇게 우려할 상황이라면 애초부터 국정화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경찰 당국이 이미 집필진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모욕 등의 사태가 벌어지면 법적으로 엄정 대처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당연하다. 집필진에 대해 개인적인 모독 행위가 잇따를 것이라는 점을 예견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피하려고 이름을 감춘 채 집필진을 구성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옹색하다. 명단을 미리 공개해서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면 교과서가 완성된 뒤라도 마찬가지다.

집필진은 자신의 이름이 공개돼도 괜찮다고 응락하는 사람들로 구성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들에 대해 명예를 훼손하는 무분별한 공격이 이어진다면 법에 따라 대처하면 될 일이다. 필요하다면 신변보호 조치도 따라야 할 것이다. 만약 밀실작업이 이뤄진다면 신뢰성도 그만큼 떨어지기 마련이다. 국정화 교과서의 투명성은 집필진의 명단 공개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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