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내집 마련 막는 ‘거래세 문턱’…거래 절벽 부채질

권소현 기자I 2018.07.18 05:31:00

집값 상승세에 매수 고민 실수요자
종부세 올리자 거래세 인하 바랐지만
정부, 지자체 세수 핑계 미적미적
취득세 인하 미루면 거래절벽 굳어져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결혼 10년 차에 아직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김 모씨(42)는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보유세 개편 방안(종부세 인상안)을 보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당연히 거래세는 인하할 줄 알았는데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은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결혼 후 5년 이내인 신혼부부에 한해 취득세를 절반으로 깎아준다고 하지만 김씨는 신혼부부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정부가 취득세 인하를 검토한다고는 하는데 언제 될지 몰라 더 기다려야 할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보유세 인상안과 함께 거론되던 거래세 인하가 당장 구체화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부동산 거래시장이 더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보유세 인상에 따른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고 양도세 중과로 냉각된 주택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거래세 인하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세 합리화하겠다면서 종부세만 인상

정부는 거래세 인하 방향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보유세 인상에 따른 세 부담을 덜기 위해 거래세 인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6일 기재부가 내놓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안에는 거래세 인하 내용은 없었다. 종부세를 먼저 인상하고 거래세 조정은 추후 논의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난달 ‘바람직한 부동산세제 개혁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취득세 세율과 세금 부담을 점진적으로 인하해야 한다”며 부동산 관련 세제 개혁의 향후 과제로 남겨뒀다.

일각에서는 당장 거래세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거래세에는 취득 단계의 취득세, 양도 단계의 양도소득세가 있다. 양도세는 올해 4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를 적용하면서 강화한 만큼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조정하긴 어렵고, 취득세 인하안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문제는 취득세는 지방세이기 때문에 취득세 조정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2016년 기준 전체 지방세 75조5317억원 가운데 취득세가 28.7%를 차지했고, 이 중 주택 취득으로 인한 세수가 33%에 달했다. 거래세 인하 논의가 이뤄질 때마다 지자체의 반발이 상당했던 이유다.



이렇게 정부가 거래세 인하 방향만 정해놓고 시간을 끌 경우 거래 절벽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어차피 주택을 사면 보유세 부담은 늘어날 텐데 추후 취득세 인하가 예상된다면 실수요자들이 매수를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계층 간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정부는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인 결혼 5년 이내 신혼부부가 생애 최초로 매입가 4억원, 전용면적 60㎡이하 주택을 살 경우 취득세를 50% 깎아주는 세제 지원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실수요자들은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서울 집값 급등으로 취득세 부담도 늘어나

양도세 중과에 이어 종부세까지 강화하는 상황에서 취득세를 낮추지 않으면 가뜩이나 얼어붙은 주택시장 분위기가 더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이미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지난 4월부터 주택 거래는 뚝 끊겼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간 서울 주택 매매 거래량은 3만4467채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 올해 1분기에 비해 39% 감소했다.

게다가 새 정부 들어 서울·수도권 집값 급등으로 취득세 부담은 더 늘었다. 한국감정원 집계 결과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 6월 기준 6억6403만원을 기록했다. 작년 12월 취득세율 2% 구간인 6억~9억원대로 진입한 후 꾸준히 상승 중이다. 강남구와 서초구에 이어 작년 12월 송파구, 올해 1월 용산구가 아파트 중위값 9억원 대열에 합류했다. 광진·마포·동작·중·성동·양천구도 작년 10월부터 12월 사이에 줄줄이 중위값 6억원 시대를 열었다.

취득세율은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면 1%이지만 6억원 초과~9억원 미만은 2%, 9억원 초과는 3%로 뛴다. 게다가 전용 85㎡를 초과하면 농어촌특별세가 0.2% 붙고 지방교육세도 주택 가격 구간에 따라 0.1%에서 0.3%까지 더해진다. 전용 85㎡를 초과하는 주택 가격이 9억원을 넘는 순간 세율이 1.1%포인트 높아지는 것이다. 곽창석 도시와 공간 대표는 “마포·성동·동작구 등 최근 전용 84㎡ 기준으로 9억원 이상 아파트가 흔해진 자치구에서 특히 늘어난 취득세 부담이 크다”며 “아무래도 당장 목돈(취득세)이 나가는 부분이라 주택 수요자로선 예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주택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서라도 거래세 인하를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과거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취득세를 내렸을 때 거래는 대체로 늘었다. 2012년 10~12월 취득세율을 1~2%로 이전 9개월간 2~4%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낮추자 월간 주택 거래량이 50% 증가했다. 이후 취득세율 감면을 종료했다가 이듬해 4~6월 다시 감면을 재개했을 때 이전 3개월에 비해 거래량이 110% 늘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여 과세 형평과 투기 억제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라면 거래세도 함께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보유세 강화(종부세 인상)가 아니더라도 금리 상승이나 입주 물량 등으로 주택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취득세 인하 등을 통해 거래시장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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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종부세 1조6500억원 걷었다.. 부동산값 상승에 27%↑ - 취득세 인하하면 지방세수 정말 줄어들까? - 정권마다 "취득세 인하"로 주택시장 달래기..이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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