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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미국in]바이든 가족사진에서 아들이 사라졌다?

이준기 기자I 2019.12.29 09:10:15

애물단지 아들 헌터, 우크라 스캔들 이어 中유착 의혹도
막장 사생활…형 죽자 형수와 연애·사생아 논란도 사실로
가족에 애틋했던 바이든, 대선 때까지 헌터와 선 긋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25일 트위터에 올린 가족 사진. 사진=트위터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모든 바이든 가족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한다면, 그 가족엔 반려견들도 포함될 겁니다.”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크리스마스 당일인 지난 25일(현지시간) 오후 트위터에 그의 반려견인 독일산 셰퍼드 챔프와 메이저가 집안과 마당에서 뛰어노는 영상을 올리며 이렇게 적었다. 불과 몇 시간 전에도 바이든은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윗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이 평화, 웃음, 기쁨으로 가득하길. 즐거운 크리스마스와 행복한 휴일을 되세요. 사랑으로, 내 가족에서 너의 가족까지”라고 썼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찍은 바이든의 가족사진과 영상엔 정작 그의 하나뿐인 아들 내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바로 헌터와 그의 부인 멜리사였다.

◇트럼프 탄핵 부른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장본인

올해 49세인 아들 헌터는 바이든에게 ‘애물단지’나 다름없다. 1972년 11월 상원의원에 당선, 혜성같이 화려하게 워싱턴 정계에 등장한 바이든은 불과 한 달 뒤인 12월18일 인생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크리스마스쇼핑차 집을 나섰던 아내 네일리어와 장녀인 나오미, 그리고 아들 보와 헌터는 교차로에서 트레일러에 받히는 큰 사고를 당했다. 네일리어와 나오미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보와 헌터는 중상을 입었다. 갓 서른도 안 된 바이든에겐 ‘정계 은퇴’까지 생각했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둘째인 헌터는 아버지의 길을 따라 정치를 꿈꿨던 ‘모범생’ 보와 달리 전형적인 ‘반항아’였다. 로비스트의 길을 택한 헌터는 말 그대로 ‘논란 제조기’가 됐다.

부통령 아버지와 로비스트 아들. 정가에선 ‘이해 충돌’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실제 이 우려는 현실화했다. 헌터는 탄핵 사태까지 부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인물이다. 헌터가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시절 우크라이나 최대 에너지 회사인 부리스마의 사외이사로 일하며 여러 혜택을 봤다는 게 트럼프 측 주장의 골자다. 최근엔 중국과의 유착 의혹도 불거졌다. 부통령 바이든이 2013년 12월 중국을 방문할 때 동행했던 헌터가 자신이 이사로 있던 BHR파트너스란 사모펀드를 위한 로비를 했다는 벌였다는 것이다.

헌터 바이든과 아내 멜리사 코헨. 사진=abc뉴스 캡쳐
◇막장 로맨스에 사생아 논란까지 일으킨 ‘문제아’

사생활은 더 막장이었다. 2014년 코카인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미 해군 예비역에서 퇴출당하는가 하면, 2015년엔 하나 남은 형인 보가 뇌종양으로 사망하자, 보의 아내, 즉 형수인 홀리와 눈이 맞은 것이었다. 삼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막장 로맨스’란 비판이 나왔다. 당시 헌터는 부인과 별거 중이었지만, 법적으론 여전히 유부남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약 2년간의 막장 로맨스를 끝낸 헌터는 올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영화계 인사인 멜리사 코헨과 결혼했다. 두 사람은 만난 지 불과 엿새 만에 약혼했다고 한다.

최근엔 ‘사생아’ 논란에도 휩싸였다. 아칸소에 사는 한 여성이 헌터가 자신 아이의 친부임을 확인하는 유전자감식 감정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지난달 발표된 법원의 친부 확인 결과, 16개월된 이 아기는 헌터의 아이가 분명했지만, 헌터는 아직도 “그 여성과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고 우기고 있다고 한다. 28세의 이 여성은 워싱턴에서 스트리퍼로 일했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가족사랑’ 바이든, 아들 헌터와 선긋기 나서

헌터의 갖은 악행 속에서도 바이든은 최소한 공개적으로는 아들을 나무란 적이 없다. 이제 혼자 남은 단 한 명의 아들에게 애정이 두터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터다. 마음 한편엔 엄마 없이 자라게 한 미안함도 있었을 법하다.

막장 로맨스가 워싱턴 호사가들의 먹잇감이 됐을 때도 바이든은 “헌터와 홀리가 (형과 남편의 죽음에 대한) 아픔을 함께 이겨내는 걸 응원한다”고 감쌌을 정도다. 우크라 스캔들에 대해서도 바이든은 “내 아들 헌터는 결백하다. 트럼프가 대선 경쟁자인 나를 두려워해서 거짓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로 드러난 최근 사생아 논란에도 바이든은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촉박한 당내 대선 경선 일정 속에서도 손녀의 고등학교 졸업식까지 챙길 정도로 바이든의 ‘가족 사랑’이 남다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마지막 공직을 ‘미국의 대통령’으로 마치고 싶어하는 바이든도 결국엔 아들을 잠시 지우려는 걸까. 아니면 당장 중요한 건 가족이 아닌 ‘대선’이라는 참모들의 건의를 받아들인 걸까. 이번 크리스마스 가족사진 속 바이든의 미소가 묘하게 느껴진 이유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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