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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오해와 진실]보잉과 에어버스에 희비 엇갈린 저비용항공사

이소현 기자I 2019.11.02 06:00:00

보잉 맥스 이어 737NG까지…항공업계 ‘난기류’
국적 LCC 제주·티웨이·진에어·이스타 ‘보잉파’
수익성·효율성 위해 단일 기종 운영 ‘부메랑’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보잉 737NG 계열의 737-800 항공기(사진=각 사)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보잉발(發) 악재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보잉의 차세대 신기종인 ‘737 맥스(MAX)8’ 운항 중단에 이어 ‘737 NG(넥스트 제너레이션)’까지 동체 균열로 기체 결함 이슈가 불거지면서다.

하늘 위를 나는 민간 여객기는 둘로 나뉜다.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수십 년간 양사는 민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해왔다. 전 세계 항공사의 항공기 보유 추세를 보면 대형항공사(FSC)는 보잉과 에어버스 항공기를 동시에 보유하지만, LCC는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일 기종을 보유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FSC는 규모가 커 보잉과 에어버스 항공기를 반반씩 구매하고 운영할 능력이 되지만, LCC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LCC가 단일 기종을 보유하는 이유는 인건비와 정비비 등 항공사 운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기종을 활용하면 정비에 필요한 제반 설비들이나 운항승무원, 정비사 등 다양한 자원들이 각 기종에 맞게 갖춰야 해 비용부담이 늘어난다. 반면 한 가지 기종만을 운용할 때 그 기종에 최적화된 설비와 인력들만을 구성해 비용절감은 물론이고 전문성 확보도 쉽다. 실제 대표 LCC로 불리는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보유하고 있는 700대 이상의 항공기 모두가 보잉 737NG다.

국적항공사를 살펴보면 FSC인 대한항공(003490)은 6대 4, 아시아나항공(020560)은 2대 8 비율로 보잉과 에어버스를 보유하고 있다. 국적 LCC 중에서 보잉 파는 제주항공(089590)진에어(272450), 티웨이항공(091810), 이스타항공이다. 에어버스 파는 에어부산(298690), 에어서울이다. 신규 LCC 중에서는 플라이강원과 에어프레미아는 보잉, 에어로케이는 에어버스를 택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최근 동체 균열이 발견돼 문제가 된 보잉 737NG 계열 항공기는 737-600·700·800·900 기종이 해당한다. 1993년 공식 출시된 중·단거리용 항공기로 LCC가 주로 구매했다.

국적 LCC도 마찬가지다. 제주항공(45대)과 티웨이항공(26대)은 보유 기종이 모두 보잉 737NG 계열이다. 진에어(22대)와 이스타항공(21대)도 보유 기종 90% 이상이 보잉 737NG 계열이다. 신규 LCC 플라이강원도 최근 도입한 1호기가 보잉 737NG 계열인 B737-800이다. 대한항공은 보잉 737NG 계열 항공기를 31대 보유하고 있다.

국내 보잉 737NG 계열 항공기는 150대다. 국토교통부가 운항횟수가 많았던 보잉 737NG 계열 항공기 42대를 긴급 점검했더니 9대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운항 중지된 항공기는 항공사별로는 대한항공 5대, 진에어 3대, 제주항공 1대다. 나머지도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하니 운항 중단 항공기는 추가적으로 발생할 여지가 남았다.

출혈 경쟁과 ‘보이콧 재팬’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LCC업계가 안전문제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 기종 보유에 잇따라 LCC업계 희비도 엇갈리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보잉 737NG 계열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에어부산이 내년 도입할 예정인 차세대 항공기 에어버스 321네오NR(왼쪽)과 에어서울이 보유한 에어버스 321-200 항공기(사진=각 사)
보잉 측은 보잉 737NG의 균열은 치명적인 결함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결함 부위의 부품 전체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동체 균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크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보잉의 기술진은 조만간 방한해 동체 결함이 발견된 항공기를 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치명적인 결함이 아니라는 보잉의 주장에도 이용객들은 불안감을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 항공사마다 보잉 737NG의 안전성을 묻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차세대 신기종인 보잉 737 맥스8 항공기도 추락 사고로 안전 우려가 제기되자 운항중단을 한 전력이 있지 않은가.

LCC는 단일 기종을 보유하는 전략으로 수익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이 ‘올인’ 전략이 잘못되면 위험도 그만큼 커지게 돼 더 큰 어려움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계란을 몽땅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된다. 만일 바구니를 떨어뜨리면 모든 것이 끝장이기 때문이다” 198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예일대의 제임스 토빈의 투자의 격언을 다시금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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