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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이는 그들만의 은밀한 모임…베일 속 '빌더버그'

김은비 기자I 2019.06.05 00:00:00

정·재계 세계 거물 130여명, 스위스에서 3박4일 모임
1954년 시작된 연례모임…글로벌 이슈 놓고 격의없는 토론
발언내용 극비… ‘세계 유일 정부’ 음모론 제기도

지난 2일 폼페이오 장관이 제네바호에서 크루즈선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 가디언 캡처]
[이데일리 김은비 인턴기자] 지난 2일(현지시간) 오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제네바 호에서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크루즈선에 탑승하는 모습이 영국 가디언에 의해 포착됐다. 전 세계 거물들이 비밀리에 회동하는 ‘빌더버그 모임’ 연례회의에 참석하기 위함이다. 앞서 백악관이 발표한 폼페이오 장관의 공식 일정에도 이날 모임은 적혀 있지 않았다.

이날 크루즈에는 백악관을 대표해 참석한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미소를 띤 채 와인을 즐기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 사무총장,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등 전 세계의 권력자·억만장자·왕족·석학 등 130여 명이 이 배에 탑승해 술을 마시며 서로 거리낌 없이 환담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2일(현지시간) 스위스 몽트뢰에서 열린 빌더버그 모임에 참석한 존 미클레스웨이트(John Micklethwai) 블룸버그 편집국장[사진=가디언 캡처]
스위스 몽퇴르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된 빌더버그 모임은 유럽과 북미 간 대화를 촉진한다는 목적 아래 1954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네덜란드 왕실과 록펠러 가문이 모임을 주도했다. 해마다 거물급 인사들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끌어온 이 회의는 ‘채텀하우스 룰’에 따라 회의 내용을 외부에 철저히 비밀로 한다. 채텀하우스 룰은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위해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비밀에 부친다는 토론 규칙이다.

언론 취재도 금지된다.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2012년 버지니아 북부 한 열린 빌더버그 모임모습을 촬영하려다가 법 집행부로부터 체포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번 회의에 블룸버그 편집국장 등 언론인도 다수 참석했지만 이들 역시 회의 내용을 공개하지 못한다.

전 영국 외무장관이자 빌더버그 모임 공동 창립자인 데니스 힐리는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빌더버그 모임과 같은) 비공식적인 모임에서도 실질적인 이익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비공식적인 식사 자리지만, 최고의 리더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이 전 지구적 아젠다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빌더버그 모임이 세계 유일 정부를 세우려는 모임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힘센 유력 인사들끼리 모여서 가진 비밀 논의 결과가 향후 국제정치 및 국제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05년 빌더버그 모임에 참석한 몇 달 뒤 총리가 됐다.

최근 수년간은 참석자 명단과 간략한 의제는 공개하고 있어 비밀주의는 다소 약해졌지만 여전히 회의 내용은 여전히 극비다. 또한 정계, 재계, 학계의 거물급 인사 120∼150명만 초청한다는 점에서 소수 엘리트 모임이라는 이미지에도 변함이 없다.

‘빌더버그 그룹’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매년 참석자 선정과 초청은 ‘조종 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회의 의장은 프랑스 악사(AXA) 그룹의 ‘앙리 드 카스튀르’ 회장이 맡고 있다.

올해 회의 주제로는 ‘유럽의 미래’와 ‘브렉시트’,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중국’, ‘러시아’, ‘자본주의의 미래’, ‘인공지능(AI) 윤리’, ‘소셜미디어의 무기화’, ‘우주의 중요성’ ‘사이버 위협’ 등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대해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주제 외에도 외신들은 폼페이오 장관과 쿠슈너 선임보좌관의 참석과 관련해 이란 문제를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모임에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1주일 동안 독일·스위스·네덜란드·영국을 방문해 이란 제재에 대해 논의했다. 쿠슈너 선임보좌관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계획과 관련해 중동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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